배우 이종석(25)을 말할 때 흔히들 연기력, 대중성과 함께 작품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고 한다.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작품 선택에 있어서 이른바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만큼 그는 데뷔 후 차곡차곡 인지도를 쌓아올렸고, 현재는 명실상부한 톱배우다. 심지어 아직 20대 중반이니 앞길이 창창하다.
그는 최근 종영한 SBS ‘피노키오’의 성공을 이끌었다. 흔히 말하는 꽃향기가 풍기는 잘생긴 외모, 무한 지지를 보내는 팬들이 존재하는 스타성이 일단 이종석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연기 좀 하는 배우로 인식됐다. 이는 고스톱을 따서 얻은 명성이 아니다. 데뷔 초 연기력 논란을 겪기도 했고, 스타성에 비해 연기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다.
“지금도 제 연기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그렇죠. 어디서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면 일단 책임을 다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지금까지 당당하게 촬영장에서 제 주장을 드러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연기를 잘하고 있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상대 배우에게 ‘이렇게 하는 게 맞아’라고 이야기해 본 적도 없어요.”

자신에 대한 평가가 참 야박하다. 그만큼 스스로 채찍질을 한다.
“처음보다는 나아졌겠죠. 그래도 여전히 연기할 때 떨려요. 아직 멀었어요.(웃음) 제가 연기를 할 때 생각한 부분을 다 하지 못하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죠.”
이종석은 끊임 없이 자신의 연기를 고민하고, 작품을 연구한다. 참, 인생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다. 조금은 뺀질뺀질하게 보일 수 있는 외모와 달리 노력형이고 연기 욕심도 많다.
“제가 예전에는 드라마를 보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모든 드라마를 다 찾아봤죠. 지금도 좋아하지만 예전처럼 다 찾아보진 않아요. 시간도 없지만, 예전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더라고요. 예전에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봤는데 지금은 연기적으로 접근하게 돼요. 저 감정을 어떻게 잡았지? 이런 생각을 하죠. 드라마를 보는데 일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드라마가 좋아서 배우까지 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편하게 보지 못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는 과거 인터뷰 때 “인기는 거품”이라는 말을 했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다소 서운할 수 있는 겸손한 생각이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요. 인기는 언젠가 수그러들겠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선배들 인터뷰를 읽어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선배들이 걸어오신 길이 보이잖아요. 그 길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종석은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연기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선배가 무서운 것은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 그런데 이종석은 대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저는 선배들과 연기를 할 때 연기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선배들이 보여주시는 연기가 정말 좋아요. 물론 잔소리도 많이 하시죠.(웃음) 변희봉 선생님과 연기를 하는데 정말 좋았어요. 선생님께 제가 ‘아버지께서 파양해주셔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정말 감정이 이입돼서 계속 울었어요. 대본에는 슬픔을 참으라고 써있었는데 제가 계속 운 거죠. 선생님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났어요. 사실 선생님은 제가 잠깐이라도 휴대폰을 만지고 있어도 뭐라고 하시거든요. ‘쓰잘데기 없는 것 하지 말라’고 하셔요. 그 시간에 대본을 보라는 말씀이신 거죠.”
이종석에게 연기 변신에 대한 의향을 물었다. 보통 남자 배우들은 ‘터닝포인트’로 남자 냄새가 물씬 나는 느와르 영화를 선택한다. 이종석과 절친한 김우빈도 그랬다.
“우빈이는 사실 남자 느낌이 강한 배우죠. 저도 하고 싶은데 생긴 게 이러니깐(웃음) 남자 느낌을 내고 싶은데 안 되죠.(웃음) 제 얼굴로 30살이 되면 어떨까요? 애기 같은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거잖아요. 선이 굵은 배우들은 나이 들수록 멋있는데 저는 솔직히 어떻게 될지 걱정이 돼요. 불과 1년 차이인데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 얼굴이 많이 달라요.”
잘 알려지다시피 김우빈과는 절친한 사이다. 이종석은 팬미팅 때 김우빈이 찾아오자 눈물까지 흘렸다.
“오열했어요.(웃음) 창피하게 울었죠. 지질이처럼 울었어요.(웃음) 사실 팬미팅 시작 전부터 울컥했거든요. 기분이 되게 이상했고 긴장도 많이 했어요. 제가 사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힘들어하거든요. 우빈이가 오고 나서 편안해지면서 눈물이 났어요. 우빈이 간 후에도 계속 울었죠. 되게 고맙더라고요. 그런데 창피했어요.”

이종석은 시상식이나 언론 인터뷰 등지에서 지금껏 길게 쉬지 못한 것에 대해 투덜거리는 일이 있었다. 쉬지 않게 만드는 매니저들에 대한 반항이라기보다는 귀여운 농담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일정이 생긴다며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표현까지 썼다.
“조수원 감독님과 제가 하는 이야기가 그래요. 우리는 체질적으로 ‘한 달 이상 못 쉰다’고 말을 하죠. 지금까지 그래왔어요. 많은 분들이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로서 어떻게 될지 생각하며 관리를 한다고들 해요. 그런데 관리하는 것 아니거든요. 관리하다가 이도 저도 안 되면 어떡해요. 성공할지 안할지 고민하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겠어요. 작품이 망하든 잘되든 전 계속 연기를 할 것인데 그런 고민하는 게 힘들죠.”
이종석은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2013년도에 처음 생긴 특별상은 조인성에게 돌아갔다. 2014년도는 이종석이 수상했다. SBS가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SBS 작품에 공헌도가 높은 배우들에게 수상을 안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했다.
“사실 시상식에 갈 때 상을 기대했었죠. 그런데 성동일 선배가 우수상을 받는 것을 보고 제가 최우수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받으면 부끄러울 것 같았죠. 특별상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놀랐어요.”
그에게 앞으로의 꿈은 무엇일까. 아니 당장 올해의 꿈은 무엇일까. 2014년은 배우로서 성장한 시간이었다.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 책임감을 갖게 됐고, 그 부담감에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작품을 통해 극복했다. 올해는 시간이 된다면 외국어 공부를 할 생각이다. 현재 그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외국어를 배워, 해외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종석은 인터뷰 말미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솔직하고, 그리고 최선의 답을 했다. “연애는 알아서 할게요”라는 능글맞고 귀여운 대답이 그가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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