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만에 아시아 맹주 자리를 되찾으려는 슈틸리케호에 최상의 시나리오가 그려지며 미소를 짓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4강전 상대가 정해졌다. 대표팀은 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 시드니 ANZ 스타디움서 이라크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벌인다.
한국은 지난 22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서 열린 대회 8강전서 연장 접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물리쳤다. 이라크도 23일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이란과 8강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7-6 진땀승을 거뒀다.

한국은 아시안컵서 이라크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총 2번 맞붙었는데 모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1972년 대회 조편성 결정전 승부차기서 2-4로 졌고, 2007년 대회 준결승서도 승부차기 끝에 3-4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내심 이란을 만나길 기대했다. 지난해 11월 이란 원정과 2013년 6월 서울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서 0-1로 패한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극전사들도 4강행이 확정된 뒤 이란을 만나고 싶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은 아시안컵서 한국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난적이다. 피하는 게 속 편하다.
이라크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객관적인 전력도 이란 보단 이라크가 편하다. 이란엔 자바드 네쿠남, 안드라니크 테이무리안 등 베테랑들이 즐비하다. 여간 까다로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이라크가 승부차기 혈투를 치른 것도 호재다. 한국이 하루 일찍 8강전을 치르면서 이라크보다 체력 회복에 여유가 생겼다. 게다 이라크는 주전 미드필더인 야세르 카심이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또 하나의 낭보가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디펜딩 챔프' 일본이 미끄러졌다. 아랍에미레이트(UAE)와 8강전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도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에이스' 혼다 게이스케와 가가와 신지가 실축하며 침몰의 장본인이 됐다.
아시안컵의 4강 대진이 결정됐다. 한국과 이라크가 먼저 준결승전을 펼친 뒤 개최국 호주와 UAE가 다음날인 27일 오후 일전을 벌인다. 결승전은 31일 시드니, 3-4위전은 30일 뉴캐슬서 펼쳐진다.
슈틸리케호는 지난 23일 오후 멜버른에서 4강 결전지인 시드니에 입성했다. 악재도 있었다. 기체 결함으로 멜버른으로 회항하며 진땀을 뺐다. 당일 훈련을 전면 취소하는 대신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충전했다.
아시아 정상 탈환을 위한 슈틸리케호의 본격 질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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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