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이 그토록 믿고 의지하는 고성희의 정체마저 간첩으로 드러나며 반전을 안긴 가운데, 간첩과 국정원 대결은 더는 의미 없게 됐다. 쫄깃한 전개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파이’가 의뭉스러운 인물들의 진짜 이야기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에서는 선우(김재중 분)의 여자친구 윤진(고성희 분)이 기철(유오성 분)의 지시를 받는 간첩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직 간첩이던 혜림(배종옥 분)이 이를 가장 먼저 알게 되면서, 같은 운명의 두 여인이 긴장감 넘치는 엔딩을 완성했다.
윤진은 목표물인 선우(김재중 분)를 사랑하게 되면서 임무를 그만두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철에게 목숨을 위협 당했다. 이는 혜림도 마찬가지. 혜림은 목표물이었던 우석(정원중 분)과 결혼하며 손을 씻었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발목을 잡는 기철의 지시로 선우를 지키기 위해 다시 간첩 생활을 하고 있고 있다.

위태로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윤진을 밀어내고 있는 혜림은 이로 인해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들, 선우와 갈등까지 생긴 상황이다. 국정원 요원 선우도 일반 공무원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등 ‘스파이’는 사랑하는 가족, 애인에게조차 말 못할 비밀을 안은 인물들이 서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으로 매회 긴장감 넘치는 반전을 선사해 놀라움을 안긴다.
또한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는 국정원 안에 있는 요원들의 정체와 꿍꿍이도 모두 베일에 가린 상황으로, ‘스파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신분이나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요소로는 아무것도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구조로 몰입도를 높인다.
동료를 죽게 만든 기철을 잡기 위해 위험에 뛰어든 선우와 선우를 지키기 위해 기철의 지시를 받는 혜림, 또 정체가 드러난 윤진이 선택할 다음 길과 국정원 내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등 거미줄처럼 조밀하게 얽혀 들어가는 ‘스파이’의 구성이 묵직하게 극을 끌고 나가면서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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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