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희가 만취연기부터 능청연기까지 완벽 소화했다. 짧은 분량에 비하면, 확실한 존재감. '안소희가 없었으면 어쩔뻔 했느냐'는 말이 결코 허투로 들리지 않는 순간이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하트투하트'(극본 이정아, 연출 이윤정) 5회에서 고세로(안소희 분)은 딱 두 장면에 등장했다. 첫 장면은 영화 오디션신, 두 번째는 경찰서 만취신이었다.
영화 오디션장에서의 고세로의 모습은 능청 그 자체였다. '노출연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나열하다가, '여기서 벗을 수 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곧장 상의와 하의를 벗기 시작한 것. 여기에 "뭐하느냐?"며 옷을 같이 벗기를 권하는 능청스러움도 더했다.

경찰서 장면의 고세로는 이미 만취상태였다. 앞서 고소장을 보냈던 장두수(이재윤 분) 형사를 찾으며, 영어로 된 술주정을 잔뜩 늘어놨다. 짝다리를 짚고, 한 쪽 신발을 벗어던지더니 자연스럽게 소파에 누우며 옷을 벗으려는 모습은 실제 취객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술에 취해 잠드는 마지막까지도 "안젤리나 졸리보다 낫다"고 영어 주정을 하는 모습은 미워할 수 없는 고세로의 독특한 매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앞서 안소희는 '하트투하트' 기자간담회에서 "'발연기'를 하는 여배우 캐릭터인데, 연기를 잘 한다는 칭찬을 들으면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하지만 아무래도 '하트투하트'에서 보여주는 안소희의 연기를 보니, 앞으로도 한동안 그 이상한 기분을 느껴야 할 것 같다.
분량은 앞서 그래왔던 것처럼 정말 짧았다. 오디션 장면은 1분 남짓이었고, 만취신도 1분이 겨우 넘는 정도에 불과했다. 차홍도(최강희 분)을 중심으로 고이석(천정명), 장두수 등 삼각 러브라인을 펼치고 있는 다른 주연배우에 비하면, 비중이 서운할 수도 있을 정도다.
다만, 분량에 비하면 스포트라이트는 확실히 뜨겁다. 이는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로 가요계의 정점을 한 차례 찍었던 소희가, 배우 안소희로서 변신에 성공하는지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집중됐기 때문일 터. 다행히 현재까지의 '하트투하트' 속 안소희는 많지 않는 분량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하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안소희가 '하트투하트'를 발판삼아, 배우로서의 연예계 인생 제 2막을 활짝 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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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투하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