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3) 감독이 고치를 고집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화는 올해 처음으로 일본 고치에 캠프를 차렸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훈련이었던 마무리캠프는 예정대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했지만 스프링캠프는 일찌감치 고치로 결정 났다. SK 시절부터 고양 원더스에서까지 김 감독은 캠프지로 계속 고치를 고집했다.
사실 고치는 과거 해태가 김응룡 감독 시절 한국 팀으로는 처음 길을 뚫었다. 오릭스 버팔로스 등 일본프로야구 팀들도 사용했지만 지금은 한화만 쓰고 있다. 스프링캠프를 하기에 다소 쌀쌀한 날씨 탓이다. 고치의 기온은 10도 안팎으로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하다.

햇볕이 뜨면 쌀쌀함이 덜하지만 바람이 몰아칠 때에는 추위마저 느껴진다. 그런데도 김성근 감독이 꼭 고치를 캠프지로 정한 데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하기에 고치만한 곳이 없다. 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돼 있어 네버엔딩 훈련이 가능한 것이다.
먼저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영구장은 경기장을 비롯해 보조구장·불펜피칭장·실내연습장이 모두 마련돼 있다. 특히 보조구장은 불펜 포함 4개의 면으로 나눠져 모든 훈련이 가능하다. 실내연습장도 역시 4개의 면이 그물망으로 나눠져 훈련할 수 있도록 시설이 잘 돼 있다.
여기에 시영구장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동부구장도 메인경기장과 함께 가건물로 설치된 불펜피칭장이 또 있다. 김 감독은 매일 두 군데로 나눠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비가 오는 날에는 시영구장 실내연습장과 동부구장 불펜피칭장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실제로 지난 22일 훈련을 앞두고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시영구장의 그라운드 상태가 안 좋았지만 드넓은 실내연습장을 이용해 투수·야수 모두 예정된 훈련을 소화했다. 다른 곳에서는 비가 올 경우 따로 실내연습장을 구하고, 훈련 일정이 변경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런 수고도 덜게 됐다.
게다가 시영구장 바로 뒤에는 경륜장과 둔치 그리고 뒷산까지 선수들이 러닝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까지 있다. 투수들은 주로 러닝 스케줄이 대부분인데 한 곳에서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코스를 뛰기 때문에 지루함을 줄일 수 있다. 훈련장과 숙소의 거리도 도보로 약 15분 안팎이라 저녁을 먹고 야간훈련을 하러올 때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선수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접근성이 뛰어나 이동 시간도 최소화한다.
김성근 감독은 "고치는 시설이 정말 좋다. 계속 훈련을 할 수 있게 잘 되어 있다. 시의원들도 관심을 갖고 캠프를 지원해주고 있다"며 "조용한 곳이라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한화 선수들은 숨 돌릴 틈 없이 로테이션으로 계속 훈련 또 훈련이다. 고치라서 가능한 네버엔딩 지옥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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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