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이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팬심?
미국 프로풋볼(NFL)을 이끌고 있는 로저 구달 커미셔너가 무려 889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소송을 당할 수도 있게 됐다.
ESPN등 미국의 미디어들은 24일(이하 한국시간)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한 팬이 지난 12일 열렸던 NFL 포스트시즌 NFC 디비저널(메이저리그의 디비전시리즈에 해당)댈러스 카우보이스 – 그린베이 패커스 경기에서 일어난 판정에 대해 테리 헨드릭스라고 하는 댈러스 팬이 거액이 소장을 작성,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콜로라도 주의 한 교정시설에 수감되어 있는 헨드릭스는 구달 커미셔너 뿐 만 아니라 딘 블랜디노 판정담당 부사장, 진 스터레이토리 주심(댈러스- 그린베이전을 맡았던) 등도 함께 배상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들에게 걸린 혐의는 업무상 배임과 과실이다.
헨드릭스가 문제 삼은 판정은 다음과 같은 과정에서 일어났다.
4쿼터 4분 여를 남겨 놓고 21-26으로 리드 당하고 있던 상황에서 공격권을 잡았던 댈러스는 3번 공격을 시도했으나 8야드 전진에 그쳤다. 이 대로 펀트하면 역전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한 댈러스는 마지막 4번째 공격(4th DOWN)을 시도했고 댈러스 쿼터백 토니 로모는 자기 진영 40야드 근처에서 그린베이 터치다운 구역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던 와이드리시버 데즈 브라이언트를 향해 길게 볼을 던졌다.
그린베이 수비의 방해 속에서도 몸을 솟구친 브라이언트는 볼을 잡아낸 후 넘어졌다. 터치다운까지 불과 2야드 정도 남아 있는 지점이었다. 그린베이 패커스의 홈인 램보 필드는 일순 정적에 싸였다. 이대로 댈러스의 공격이 이어져 터치다운을 허용한다면 최소 26-28로 역전 당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브라이언트가 넘어진 후 심판진은 캐치 성공을 선언했다. 남은 시간은 4분 02초 뿐이었다.
이 때 그린베이 마이크 매카시 감독이 판정에 어필하면서 리뷰를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고 곧 램보 필드는 함성으로 덮였다. 판정이 번복 되었기 때문이었다.
공격권은 그린베이에 넘어갔다. 스코어는 더 이상 변하지 않았고 그린베이는 NFC 챔피언십 시리즈에 나설 수 있었다. (그린베이는 시애틀 시혹스에 패해 슈퍼보울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당시 판정은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됐다. ‘잡은 볼을 완전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태가 돼야 캐치’라는 룰에 따라 캐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정했지만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당시 느린 동작 화면을 보면 브라이언트가 볼을 두 손으로 동시에 잡고 볼이 멈추게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점프한 상태에서 착지 후 앞으로 넘어지는 과정에서 볼은 두 손으로 터치- 미끄러지듯 왼손에 걸린 후 팔을 구부려 볼을 감쌌고 – 이어 오른손으로 옮겨져 미끄러졌지만 역시 팔을 구부려 감싸면서 넘어졌다. 브라이언트의 무릎과 팔꿈치가 지면에 닿았지만 볼은 끝까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NFL의 비디오 판독 후 판정관은 이 장면을 ‘완전한 컨트롤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 것을 캐치라고 하지 않으면 NFL의 룰이 잘 못 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 판정이었으니 댈러스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승리를 도둑 맞았다’고 생각할 것이 당연하다. 이 때문에 헨드릭스가 소장을 쓰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890억 가까운 돈일까. 그것은 댈러스 와이드리시버 브라이언트의 등번호와 관계가 있다. 브라이언트는 등번호 #88을 사용하고 있다. 헨드릭스가 건 소송 금액은 889억 8,700만 달러가 넘는다.
헨드릭스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고소장에서 ‘잘못된 판정으로 댈러스 팬은 물론 텍사스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며 배상을 요구했다.
헨드릭스의 소장은 지난 22일 법원에 접수됐고 법원은 35일 이내에 소송을 기각할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하나 궁금한 점. 헨드릭스는 어떻게 저런 어마어마한 소송가액에 필요한 인지대(court fee) 마련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헨드릭스는 소장에서 인지대 없이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도 함께 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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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우측)과 와이드리시버 데즈 브라이언트.ⓒ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