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임성한이다. 그의 작품에 어김없이 귀신이 등장했다.
MBC는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3' 같은 경우에는 시청자들의 여론을 적극 수렴해 이미 녹화를 마친 출연자를 하차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제작진의 뚝심을 믿고 지지한다. 물론 임성한 작가의 경우에는 시청률이 이를 받쳐주긴 하지만.
'압구정 백야'는 초반만 해도 임성한 작가의 전작 '오로라 공주' 여파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 막장도 더이상 자극적이지 않아 그 만큼 재미도 없다는 평을 들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역시 임성한'이란 말을 듣고 있다. 시청률 고공행진 속에 매회 이슈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명장면은 백야(박하나)와 서은하(이보희)의 2인극. 막장 신으로 유명한 임성한의 드라마를 오랜만에 다른 면에서 보게 한 장면이다. 오직 두 사람의 대화로만 30분가량 채워진 신이 놀랍게도 지루하지 않았다. 긴장감은 팽배했고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탔으며 비밀은 밝혀졌다. 연극으로 치자면 눈을 못 떼게 만드는 2인극이었다.
일면 어이가 없지만, 행간이 있는 대본일까하는 궁금증을 준 장면도 있었다.
조나단(김민수)과 백야가 수영장에 놀러간 가운데, 이를 목격한 조나단 짝사랑녀 도미솔(강태경) 모녀의 횡포가 그려진 수영장 난투극 장면이었다. 도미솔 집안은 미강개발이란 재벌.
어디가 맹해 보이는 마마걸 도미솔은 엄마에게 조나단이 자신에게 관심을 안 가지는 것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던 때였고, 이 때 마침 도미솔의 엄마 황유라는 조나단과 백야가 같은 곳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을 보고 달려가 백야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다른 드라마였으면 여주인공이 불쌍해 눈물이 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도미솔이 잠수해서 백야의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뭔가 코믹해졌다. 백야는 순식간에 위에서는 엄마, 물 아래에서는 딸의 폭력에 시달리게 됐는데 분위기는 슬랩스틱 코미디의 한 장면이었다.
여기에 늦게 현장에 도착한 백야 친구 육선지(백옥담)가 물 속에 뛰어들며 집단 수중전이 됐다. 미솔의 엄마는 결국 물 속에서 실신하기에 이르렀다.
물따귀가 난무한 이 육탄전을 보고 있자니 실실 웃음이 나지만, 다음 장면에서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다. 황유라가 실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그의 충직한 운전 기사는 한 달음에 수영장으로 달려들어왔다. 하지만 가까스로 눈을 뜬 황유라는 내복을 입고 헐레벌레 들어온 그를 보며 "내복이 뭐야 모냥 빠지게 차라리 빤스 바람으로 들어오지"라며 나름 위기인 그 순간마저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했다.
여기에 119까지 출동하자, 정작 실려간 사람은 황유라가 아닌 이마에 조그마한 상처가 난 도미솔이였다. 황유라에 따르면 '여드름 한 번을 안 났던' 소중한 딸의 얼굴, 정확히는 이마에 상처가 났다. 엄마는 딸의 얼굴이 흉지기라도 할까봐 안절 부절이다. 결국 건강 보다도 미용을 걱정한다는 소리다. 이마에 난 작은 상처로 119에 실려가다니. 이건 민폐를 넘어 코미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다. 임성한 작가는 허례허식에 대한 비판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 수영장 난투극 역시 꽤 긴 시간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나왔다. 귀신이다.
23일 방송에서 조나단이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 도중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귀신 혹은 환영을 봤다. 갑자기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고, 조나단은 놀라 앞에 앉은 동료들에게 "안 보이냐"고 소리쳤다.
곧 이는 조나단의 꿈임이 드러났지만, 바로 직전 대화했던 내용이 똑같이 반복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날 방송에서 백야는 죽은 조나단 친모의 제사를 지내겠다고 밝혀 서은하와의 갈등을 예고한 바다.
'오로라공주'에서는 귀신이 나타나면 누군가 죽었다. 애청자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죽음이 아니더라도 임성한 월드에서 귀신은 무언가의 예시다. 재벌, 미신, 꿈, 생활 정보 등 비상식적이면서도 신비적인 요소로 가득찬 이 가족드라마의 끝은 어떻게 될까. 벌써부터 흥미 반, 두려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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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