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복고다. 지난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정우가 영화 '쎄시봉'으로 약 1년 2개월 만에 대중 앞에 돌아왔다. 앞서 1990년대의 감성을 보여준 그는 이번엔 1960년대의 낭만을 스크린에 가져왔다.
정우는 극중 트리오 쎄시봉의 제3의 멤버 오근태 역을 맡았다.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에게 한 눈에 반해 평생 노래 부를 것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복고와 첫사랑이란 점에서 '응답하라 1994'의 캐릭터 쓰레기가 연상되지만, 정우는 '순정남' 오근태를 통해 그만의 멋과 맛을 보여준다.
'복고를 부르는 남자' 정우로부터 그의 신작 '쎄시봉'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22일 언론시사로 '쎄시봉'이 공개됐다. 소감이 어떤가.
"부족한 점들이 많이 보이긴 했다. 연기적으로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음악이랑 편집을 잘 해주셔서, 대중 분들은 눈치를 못 챘으면 좋겠다. (웃음) 원래 배우들은 작품을 보면 다 아쉬워 하지 않나. 촬영할 당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도 있었고, 만족스러운 장면도 있었다. 트리오 쎄시봉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나와 진구, 강하늘이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부르는 장면인데, 합도 잘 맞았고 촬영이 즐거웠다."
▲극중 트리오 쎄시봉의 멤버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연주한다. 연습은 어떻게 했나.
"노래방에선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지만, 대중 앞에서 부른다는 것이 겁났다. 많이 떨었다. 기타 연습은 석달 정도 했다. 영화에서처럼 F코드는 어렵다. 운이 좋으면 세번에 한 번 정도 잡힌다. 그렇게 3시간 기타를 배우면 3시간 보컬 트레이닝을 했다. 마냥 즐겁진 않았다. 압박감이 있었다. 내가 맡은 오근태라는 캐릭터가 자체가 기가 막힌 기타 실력을 갖추진 않았지만, 기타를 못 치는 척 연기하는 거랑 정말 서툰 거는 다르다. 심적으로 불안했고,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있었다."
▲어렵게 배운 기타인데, 이후 취미로 즐기진 않나.
"취미로 즐기기도 전에 (차기작인 영화 '히말라야' 때문에) 산을 탔다. (웃음) "
▲영화 속 노래는 전부 본인의 목소리인가.
"그렇다. 전부 내 목소리다. 다만 후시 녹음을 했다. 현장음을 쓰고 싶어도 잡음 때문에 불가능했다."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등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 오근태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모티브가 된 실존인물 이익균씨가 있다. 어디까지 실화인가..
"그분을 찾아 뵙기도 했다. 트윈폴리오 전에 트리오 쎄시봉이 있었고, 방송 나흘 전에 그 분이 군대를 가셨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남게 된 두 사람"이 트윈폴리오라고 윤형주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트리오 쎄시봉의 음원 파일도 남아 있다. 여기까진 실화다. 그런 설정을 토대로 나머지 이야기는 영화적 허구라고 보시면 된다."
▲모티브된 실존인물이 있어 부담이 있진 않았나.
"첫 만남 때 '부산 사투리는 어려울 거다'라며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하셨다. 내 고향이 부산인줄 모르셨던 거다. 부산이라고 했더니, 학교를 묻더라. 알고보니 부산상고 동문이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그 뒤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기념사진도 찍고 그랬다. 안아주시기도 했다. 키가 굉장히 크시고, 목소리도 굉장히 좋으시다."
▲'쎄시봉'은 큰 성공을 거둔 '응답하라 1994' 이후 선택한 작품이다.
"선배님들이 작품이 새로 나올 때마다 자식 같다고 표현하는데, 그 심정이 조금은 이해는 되는 것 같다. 나의 핏줄, 가족 같은 느낌이다. 흥행을 떠나 애잔한 마음이 든다. 또 상업영화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예산이 적은 영화들을 했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촬영했다."
▲시대적 배경이나 설정 때문에 일각에선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가 연상된다고 하더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행여 전작과 비슷한 느낌으로 보일지언정, 의식하는 순간 연기가 어색해질 것 같다. 캐릭터와 작품, 장르가 달라진 거지 정우란 배우가 바뀌는 건 아니지 않나. 주어진 캐릭터에 맞게 감정선을 따라가고자 했다. 계산해 연기하기 보다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저도 맞춰 갔다."
▲'응답하라 1994'의 1990년대는 경험해봤지만, '쎄시봉'이 다루는 시대는 경험해본 적이 없지 않나.
"그렇다. 1970년대엔 태어나지 않았다. (웃음) 감정적인 부분에서 스토리에 집중하려고 했다. 배경만 바뀔 뿐 그 감정들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휴대전화든 공중전화든 기계만 달라졌을 뿐 감정들은 똑같다."
▲대표작인 영화 '바람'(2009)을 비롯해,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쎄시봉'까지, 복고풍 작품이 많다.
"복고를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배경을 좋아하는 것보다 그 작품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게 정확하다. 배경이 시대적인 것뿐이다. 작품을 고를 땐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 사실 그것만으로 작품을 고르기엔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쎄시봉'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미있고, 공감했고, 설렜다. 그 중에서 설렘이 가장 컸다. 또 김윤석 선배님이 같은 배역을 맡는다고 하니까 든든한 게 있었다. 함께 촬영하든 하지 않든 한 작품에 같이 이름이 올라간다는 게 힘이 됐다."
▲그렇다. 김윤석이 같은 인물의 40대 시절을 연기했는데, 일각에선 정우와 김윤석이 너무 닮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윤석 선배님이 함께 한다는 이야기만 듣고도 흥분했다. 싱크로율에 대해서는…김윤석 선배님이 말씀해주실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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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