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정우, "사랑과 우정? 당연히 사랑 택한다" [인터뷰②]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1.24 14: 45

배우 정우는 자유롭다. 전형적인 미남형의 외모는 아니지만, '어른 남자'의 남성미가 있다. 그의 연기 또한 본능적인 맛이 있다. 그의 캐릭터는 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그것이 정우가 지닌 매력이다.
카메라에서 벗어난 정우도 마찬가지다. 솔직하고, 자유분방하다. 인터뷰할 때 답변 보다 웃음이 더 많고, 상대방에게 되물으며 자신만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가 자꾸만 과거로 소환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정우가 지닌 특유의 인간미와 따뜻함은 1990년대의 감성으로, 혹은 1960년대의 낭만으로 치환된다.
정우는 오는 2월 5일 개봉하는 영화 '쎄시봉'에선 트리오 쎄시봉의 제3의 멤버 오근태 역을 맡았다.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에게 한 눈에 반해 평생 노래 부를 것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연인을 위해서라면 늦은 밤 하숙집 옥상에 올라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러주는 남자다.

정우에게 실제로도 로맨틱한지 물어보자 "그 부분은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엉뚱한 답을 내놓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로맨티스트였다. 정우로부터 '쎄시봉'서 함께 한 배우들과 그의 사랑에 대해 들어봤다. 
 
▲ 상대역 한효주가 굉장히 예쁘게 나온다. 호흡은 어땠나.
"한효주는 촬영장에서 말수가 굉장히 적었다. 털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조용했다. 알고보니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현장에서 그랬다고 하더라. 작품 성격에 따라 현장에서 달라진다고 하더라."
▲영화 속에서 두 차례 키스신을 선보인다. 촬영은 어땠나.
"오래 찍진 않았다. 기타를 치면서 키스하는 장면은 촬영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골목길에서 촬영한 장면은 기술적인 문제로 컷을 여러 번 돌렸다.
▲여관신을 두고 논란(?)이 있다. 지난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관객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본인은 어떻게 촬영에 임했나.
"순수하게 다가갔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감독님이 디렉션 주는 대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그 장면을 두고 스태프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한 적은 있다.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다'와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로 나뉘었다."
 
▲한효주와의 로맨스도 흥미롭지만, 강하늘, 진구, 조복래 등 또래 남자배우들과의 합도 인상적이다.
"진구가 정말 좋았다. 함께 작품을 하고 나서 '역시 진구'라는 생각을 했다. 극중 캐릭터처럼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해주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모든 배우들이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배우가 욕심을 부리는 순간 균형과 조화가 깨지가 쉬운데 진구는 현명한 연기를 한다. 많이 배웠다. 동갑이고 동성이다 보니 경쟁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렇지 않았다. 전작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김성균이란 괜찮은 친구를 만났다면, 이번 작품에선 진구라는 친구가 생겨 기쁘고 고맙다. 오늘(23일) 아침 진구에게 '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고, 고맙다'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아직까지 답은 없다. (웃음)"
▲극중 오근태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이는데, 본인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
"(질문이 끝나자마자) 사랑이다. 내가 사랑을 선택해도 내 친구는 이해를 해줄 것 같다. 그게 친구 아닐까 싶다. 반대의 입장이 된다면, 나 역시 친구의 선택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때가 있는데, 친구들이 아내 이야기를 하면서 집에 가야 한다고 하면 바로 오케이(OK) 한다. 그걸로 토라지거나 그렇진 않는다."
▲'쎄시봉'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신의 첫사랑이 떠올랐을 것 같다.
"그렇다. 부산진초등학교 2학년때 OOO이란 친구였다. (실명을 말했으나 추후 모씨로 표기해 달라고 했다) '열중 쉬어 차려'를 했을 때 손등과 손등이 부딪치는 순간, 설렘을 느꼈다. 그렇게 아름다운 친구는 아니었는데, 그땐 공부 잘하는 친구가 예뻐 보였다. 엄청 괴롭혔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봤는데 두근거렸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성으로부터 설렘을 느꼈다는 건가.
"다들 느껴본 거 아닌가. (웃음) '쎄시봉'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런 설렘을 느꼈다. 에피소드나 시대적인 배경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사랑을 해본 분들이나 꿈을 가진 분들은 영화에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오근태는 매우 낭만적인 남자인데, 실제로도 그런가.
"낭만적인지 아닌지, 그 추억은 혼자 가지고 싶다. 누설하는 순간 나만의 것이 만인들에게 공개되는 기분이다."
▲현재 차기작 '히말라야'를 촬영 중이다.
"황정민 형이 잘 이끌어주셔서 든든하다. 이석훈 감독님이 또 굉장히 따뜻한 분이다. 촬영 환경은 굉장히 추운데 가슴으론 따뜻하다. 영월 쪽에 있는 채석장에서 촬영하고 있다. 먼지도 꽤 있고 강풍기 틀고 대사를 해서 눈가루 튄다. 촬영한 다음날이면 얼굴이 따갑다.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고생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당연한 질문인데 매순간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스럽다.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 그 속에는 정우란 사람도 들어가야 하고. 하루하루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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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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