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기장에서 성적까지 나니 관중몰이도 ‘대박’
원주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연고지로서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원주 동부는 24일 오후 4시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부산 KT를 69-63으로 제압했다. 25승 13패의 동부는 3위를 굳게 지켰다. 단독 5위였던 KT(19승 20패)는 전자랜드와 공동 5위가 됐다.

원주 동부는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한 번도 연고지를 옮기지 않은 몇 안 되는 프로팀이다. 그간 모기업이 삼보에서 동부로 바뀌는 변화는 있었지만 항상 연고지는 원주였다. 자연스럽게 원주에서 프로농구 관람은 하나의 문화로 완전히 정착됐다. 처음 여고생 신분으로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이제 ‘아줌마’가 되어 아이 손을 붙잡고 경기장에 오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출범 18년을 맞은 프로농구의 바람직한 관람문화다.
물론 원주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바로 2012-2013시즌까지 줄곧 연고지로 했던 치악체육관이 다른 경기장에 비해 낙후되었고, 규모도 가장 작았던 것. 치악체육관은 화장실마저 부족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편의 시설도 많이 부족했다. 구단 직원들도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았다. 심지어 라커룸에서 비가 새기도 했다. 빅매치가 열리는 날에는 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자리(약 3000석)는 모자랐다.
그래도 치악체육관의 열기만큼은 최고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코트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원정팀 입장에서는 팬들의 응원소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려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공포의 구장이었다.
2013년 4600석을 지닌 최신식 원주종합체육관이 문을 열며 치악체육관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4번의 정규리그 우승과 3번의 챔프전 우승을 일궈낸 자랑스러운 우승배너에서 옛 추억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성적이 문제였다. 2012년 정규시즌 최다 44승을 달성한 동부는 이후 성적이 주춤했다. 2013년 7위로 떨어지더니 2014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꼴찌를 했다. 새 구장을 연 첫 시즌에 가장 성적이 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큰 구장이 유난히 썰렁해보였다.
‘동부산성 시즌2’로 재건축에 성공한 올 시즌은 걱정 없다. 동부가 시즌 3위를 달리며 예전처럼 많은 팬들이 농구장을 찾고 있다. 24일 KT전에서는 4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3층 꼭대기까지 가득 자리를 메웠다. 치약체육관보다 무려 1000명 이상의 관중을 더 동원한 셈이다.
동부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성적이 나면서 지난 시즌의 관중기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치악체육관 시절에는 자리가 적어 그냥 돌아가시는 팬들도 많았다. 요즘에는 주말경기에 팬들이 가득 찬다. 인구 30만 명인 원주에서 대단한 열기와 관심이다. 원주 뿐 아니라 문경, 경주, 영주 등 인근지역에서도 단체관람을 오는 팬들이 쏠쏠히 있다”고 전했다.
최근 프로농구가 인기가 없어졌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하지만 다른 구장의 열기가 원주만큼만 된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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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