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10주년 '무도'의 약속, "더 이상 드릴 사과도 없다"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1.25 07: 59

올해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이 상쾌한 시작을 알렸다. '나는 액션배우다' 특집을 통해 신명나는 몸 개그로 웃음을 선사한 한편,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책임감을 보여줬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413회는 멤버들의 새해 인사로 시작했다. 두 명의 멤버가 자진하차하는 등 다사다난한 지난해였지만, 유재석은 "'죽지마' 보다 무서운 것이 '빠지지 마'다. 더 이상 시청자 여러분에게 드릴 사과도 없다"며 그마저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이날 박명수는 '10억 할부 기부'를 약속했다. 5년 전 방송된 200회 특집에서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당시 멤버들은 가상으로 2000회 특집을 꾸몄고, 박명수는 "2015년에 10억 원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진지한 발언도 아니었고, 꽁트의 대사 중 하나였다. 문제(?)는 어느새 시간이 흘러 2015년이 됐다는 것이었다.

박명수는 "올해는 힘들다"며 "기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올해 10억 원을 기부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가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말을 더듬으며, "죽기 전까지는 조금씩 다 하겠다. 먼 훗날엔 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고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무한도전'의 책임감이었다. 박명수의 10억 기부는 5년 전 농담조로 한 이야기였고, 다시 되짚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유재석의 말대로 "모른 척 하지 않고 입장을 발표"했다. 제작진이 시청자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여김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그동안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한결같이 망가졌다. 액션 연기에 도전한 다섯 남자들은 뿅망치와 스펀지 방망이를 들고 영화 '올드보이'의 장도리 신을, 당근과 대파를 들고 영화 '신세계'의 엘레베이터 신을 재현했다. 특히 정준하는 당근으로 무차별 공격을 받아 속옷에서 당근 조각이 발견되는 등 상당한 고충을 겪어야 했다.
'무한도전'이 올해는 위기를 피해 간다는 보장은 없다. 늘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프로그램인 만큼, 올해도 왁자지껄한 모양새일 것이다.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심지어 2012년 MBC 장기 파업 당시에도 '무한도전'은 조용한 법이 없었다. 언제나 위기론은 대두됐다.
그만큼 '무한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는 상당하다. '무한도전'에 또 고난이 닥쳐도 현명하게 극복할 것을 애청자들은 알고 있다. 제작진 역시 그런 시청자들에게 고마워 하고 있다. 박명수의 '10억 할부 기부' 역시 그런 맥락이었을 것이다. 이대로 '무한도전'과 시청자들의 관계가 이어진다면, 지난 2000회 특집에서 다룬 '무한도전'의 2045년이 정말 실현될지도 모른다. 5년 전 시청자도, 제작진도 출연진도 '무한도전'의 2015년을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jay@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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