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이 맞나 싶다. 동부의 고공행진 뒤에는 학구파 김영만(43) 감독이 있었다.
원주 동부는 24일 오후 4시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부산 KT를 69-63으로 제압했다. 25승 13패의 동부는 3위를 굳게 지켰다. 단독 5위였던 KT(19승 20패)는 전자랜드와 공동 5위가 됐다.
이날 동부는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을 10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단순히 선수들이 열심히 한 결과일까? 그것 뿐만은 아니다. 김영만 감독의 계산대로 선수들이 잘 움직여준 결과였다.

경기 전 전창진 감독을 찾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전 감독은 SK 경기를 핸드폰으로 시청하는 여유를 부렸다. 동부전에 대한 구상은 이미 머릿속에 넣고, 다음 상대 SK를 여유롭게 염탐했다. 프로농구에서 10년 이상 정상급 지도자로 군림한 여유가 넘쳤다.
동부의 라커룸에 들어갔다. 김영만 감독은 한 달 전에 치른 KT전 비디오를 계속해서 반복 시청하고 있었다. 그냥 틀어놓고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영만 감독은 KT전 동영상을 외장하드에 담아놨다가 TV에 연결해서 중요한 장면만 반복해서 봤다. 조성민을 막을 비책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것. 전창진 감독이 교수였다면 김영만 감독은 모범생이었다.
동부의 수비는 조직적이고 변화무쌍했다. 김주성-데이비드 사이먼-윤호영 세 명의 빅맨이 골밑에서 지역방어를 섰다. 김창모는 그림자처럼 조성민을 대인방어로 따라다녔다. 그러다 약속된 순간이 오면 또 다른 선수가 조성민을 돌아가며 막았다. 조성민을 순식간에 두 명이 둘러싸 코너로 몰기도 했다. 조성민은 공을 잡을 때마다 괴로운 표정이 역력했다.
경기 후 김영만 감독에게 조성민 수비를 물어봤다. 그는 “조성민에게 슛을 안 줄 수는 없다. 대한민국 최고슈터니까 확률이 떨어지게 했다. 스위치나 로테이션 수비가 잘됐다. 준비한대로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고 만족했다. 구체적인 전술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약속한대로 잘됐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실행하는 선수들은 어땠을까. 윤호영은 팀 디펜스에 대해 “복잡하다. 수학공식과 비슷하다. 알고 하면서 응용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공식이 정립이 안 되어 있다. 기본도 힘든데 옵션이 가니 헷갈리는 것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더 힘들어 한다”고 했다.
김영만 감독은 틈만 나면 농구를 보는 것이 일상이다. 동부 경기는 물론 다른 팀 경기도 본다. 심지어 여자농구나 NBA까지 애청하는 ‘농덕후’다. 윤호영은 “감독님이 정말 열정적이다. 항상 비디오를 보고 계신다. 아마 숙소에 가자마자 오늘 비디오를 또 볼 것이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할지 코치와 상의하고 전력분석을 하신다”고 증언했다.
노력하는 자에게 자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부가 사실 6강 확정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색한 김영만 감독은 “에이 아직 모른다. 우리는 순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우리 것만 생각한다. 거기를 벌써 생각하기는 이르다. 아직 5라운드도 안 끝났다. 5라운드가 끝나 윤곽이 나오면 우리 자리를 생각해놔야 한다”면서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김영만 감독은 이상민 삼성 감독, 이동남 KGC인삼공사 감독대행과 같은 1년차 초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중앙대 코치, KB스타즈 코치, 동부 감독대행 등을 두루 거치며 지도자로서 잔뼈가 굵다. 초보감독 셋 중 김영만 감독이 가장 여유가 있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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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