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과 태극전사들에겐 상대가 누구든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우리'에 초점을 맞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이라크와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벌인다.
한국은 지난 22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서 열린 대회 8강전서 연장 접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물리쳤다. 이라크는 23일 캔버라 스타디움서 열린 이란과 8강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7-6 진땀승을 거뒀다.

결승 길목에서 만나는 이라크엔 갚아야 할 빚이 있다. 한국은 아시안컵서 이라크와 총 2번 맞붙었는데 모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패했다. 1972년 대회 조편성 결정전 승부차기서 2-4로 졌고, 2007년 대회 준결승서도 승부차기 끝에 3-4로 무릎을 꿇었다.
'난적' 이란을 피했다. 한국은 그간 아시안컵서 이란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독한 악연이다. 5회 연속 8강서 격돌했다. 2011년엔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이겼다. 2007년에도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행 티켓을 잡았다. 2004년 3-4로 석패했고 2000년엔 연장 접전 끝에 2-1로 이겼다. 1996년은 악몽으로 기억된다. 2-6의 참패를 당했다. 최근에도 이란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2012년 10월과 2013년 6월 월드컵 최종예선과 지난해 11월 평가전서 연달아 0-1로 지며 3연패의 쓴맛을 삼켰다.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도 미끄러졌다. '디펜딩 챔프' 일본은 23일 오스트레일리아 스타디움서 열린 아랍에미레이트와 8강전서 연장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서 4-5로 덜미를 잡혔다.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겨누는 슈틸리케호엔 희소식인 셈이다.
정작 슈틸리케호는 상대가 누가 됐든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팀'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을 그라운드에서 선보인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호는 최근 A매치 무실점 5연승으로 끈끈한 축구를 펼치고 있다. 그것도 선수단을 고루 활용하면서 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을 물리치고 4강행이 확정된 뒤 "어떤 팀이 올라오든지 상관없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정신적으로 대비해야 할 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극전사들도 수장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부터 3경기 연속 교체 출전하며 알토란 활약을 펼친 한국영(카타르SC)은 "일본과 이란 모두 좋은 전력을 갖고 있지만 진 이유는 분명하다"면서 "이라크와 아랍에미레이트도 충분히 어려운 팀이다. 우리는 누가 올라올 지 신경을 안썼다. 토너먼트는 전력도 중요하지만 정신력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기력만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즈벡전 2골로 4강행을 이끈 손흥민(레버쿠젠)도 "4강전에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다. 그 팀에 맞춰서 혹은 우리가 할 것을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즈벡과 연장전까지 390분을 모두 소화한 김진수(호펜하임)는 "우리는 어떤 전술, 선수 구성이든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자신감이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슈틸리케호가 '개인'이 아닌 '우리'를 앞세워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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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