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을 키워라’ 조용히 부는 세이버메트릭스 바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1.25 15: 00

선수가 강해지기 전에 구단부터 강해져야 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세이버메트릭스 바람이 불고 있다. 넥센과 NC가 이 분야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넥센은 최근 세이버메트릭스 담당인 국제전략팀 인원을 확충했다. 이장석 대표가 시무식에서 ‘WAR’을 고과에 적극 반영한다고 밝힌 만큼, 세이버메트릭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팀마다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가 자리하고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를 구단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30개 팀이 저마다 다른 지표를 스카우트·트레이드·연봉 고과산정에 적용시킨다.

한국에서 류현진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LA 다저스도 마찬가지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템파베이 단장을 맡았을 때부터 포수의 프레이밍(구심으로부터 스트라이크 콜을 받아내는 능력)을 중시했고,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을 영입했다. 프레이밍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그랜달은 2014시즌까지 주전포수로 뛰었던 A.J. 엘리스와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넥센 역시 세이버메트릭스를 고과뿐이 아닌 스카우트, 트레이드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장의 감이나 단순한 기록만으로는 선수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 때문에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지표들을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선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넥센은 이미 지난해 1윌 보스턴 레드삭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스턴으로부터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한 선수 분석 및 평가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는 것이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매년 올라가고 있는 만큼, 구단들은 ‘선수보는 눈’을 키워야할 필요가 있다. FA 영입이 없더라도 구단들은 신인 드래프트와 외국인선수, 그리고 격년제로 열리는 2차 드래프트까지 매년 20여명의 선수들을 선택한다. 현장과 프런트가 조화를 이뤄 정확한 선택을 하는 것이야말로 자생력을 키우고 구단이 강해지는 지름길이다.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의 성공요인도 여기에 있다. NC는 창단 시점부터 세이버메트릭스에 신경 썼고, 이를 통해 외국인선수 영입과 2차 드래프트 등에서 성공을 거뒀다. 넥센은 매년 새 얼굴이 1군무대로 올라서고 있고, 트레이드서도 승자가 되곤 한다. 세이버메트릭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두 팀은 2014시즌 최종 순위 2위와 3위에 올랐다.
물론 세이버메트릭스를 도입한다고 곧바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세이버메트릭스가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롯데는 1년 전 세이버메트릭스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했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선구안이 뛰어나 볼넷과 삼진비율이 좋고, 출루율까지 갖춘 선수를 찾았는데 루이스 히메네스가 적임자가 됐다. 그런데 히메네스의 성격과 적응력은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볼 수 없었다. 히메네스는 롯데가 기대했던 출루와 장타력을 보여줬으나,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구단과 마찰을 빚었고 분위기만 흐렸다.
LG는 연봉계약을 마치는 대로 2014년 연봉 고과산정 공식을 돌아보고, 문제가 있다면 일부분을 수정할 계획이다. 2015년 연봉 고과산정에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윈셰어 대신 WAR이 들어갈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프로야구 실정에 맞는 WAR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투수의 경우, 메이저리그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펜투수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야수는 수비범위 평가지표인 UZR을 산출해야만 하는데 현재 한국에선 그 어느 곳도 UZR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그라운드 전체를 64개로 나누고 모든 타구의 방향과 속도를 명확히 기입하는 수작업이 동반되어야만 UZR이 나온다.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 WAR의 비율을 높인 넥센과 WAR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LG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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