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싱어송 라이터'로 여겨졌던 이진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따뜻한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심사평의 유희열의 눈빛에서 독한 기운이 풍겼다. 유희열이 ‘K팝스타4’가 탄생시킨 예비 스타 이진아를 향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진아의 눈물에도 그의 미래를 위해 뼈아픈 지적을 한 것. 원래 좋은 약은 더 쓰다 했다.
유희열은 지난 2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4’에서 그동안의 다정다감한 눈빛을 거뒀다. 차가운 눈빛, 다부진 입꼬리는 이진아의 노래를 들으면서 계속 됐다. 불안한 징조는 지금껏 가장 독한 혹평으로 이어졌다. 유희열의 질책은 설득력이 있었다.
이진아는 자작곡 ‘시간아 천천히’, ‘마음대로’로 온라인을 강타했던 참가자.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음색과 감성적인 노래가 시청자들의 독보적인 관심을 받았다. 워낙 호평 일색은 역효과가 있기도 했다. 이진아를 향한 심사위원 3인방 양현석, 유희열, 박진영의 심사평은 ‘오버스럽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 이진아는 4라운드 캐스팅 오디션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모든 욕심을 버리고 작곡 시작할 때 만들었던 곡을 들고 나왔다”면서 “현실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많은 칭찬을 받았는데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고 어떤 걸 들려 드려야 하지 고민이 생기더라. 그래서 어려운 곡을 만들게 됐는데 차라리 지금 내가 만든 노래들 중에서 편안하고 고민없이 만든 노래를 부르려고 한다”라고 선곡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사실 그랬다. 이진아는 ‘K팝스타4’의 초반 인기를 책임진 괴물 참가자였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 동영상 사이트 최다 조회수 기록은 그의 몫이었다. 동시에 그를 향한 무한 칭찬을 불편하게 여기는 일부 네티즌도 존재했다.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 가운데 이진아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무대에 올랐다.
이진아의 색깔이 드러나는 감성적인 음악이었다. 박진영은 “과장했다고 욕먹을지 모르겠지만 난 진짜 좋다”라고 칭찬했고, 양현석은 “손가락이 춤추는 것 같다. 광고 음악으로 쓰면 좋을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유희열은 생각이 달랐다. 그리고 평소보다 어둡게 그리고 날카롭게 지적을 시작했다. 그는 “난 제일 별로였다. 이진아 양의 매력이 없다. 많은 칭찬을 받고 논란도 있어서 헷갈리지 않았느냐”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정곡을 찔렀다. 유희열은 “‘K팝스타4’에서는 잘해야 하는 것을 불러야 한다. 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아도 많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 한 음 한 음 아끼면서 불렀던 그 마음 그대로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 게임에서 질 것 같아도 잘해야 한다”라고 다그쳤다.
이진아는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에 양현석과 박진영이 두둔에 나섰다. 이들은 “기대가 커서 그렇다”라고 다독였다. 이날 이진아는 유희열의 선택을 받아 안테나 뮤직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순간이었다. 그리고 심사평을 곱씹을 수록 유희열의 이진아에 대한 조언의 진심이 느껴졌다.
워낙 큰 관심을 받고 있고 기대가 크기 때문에 잘해도 본전인 이진아. 욕심 많은 대중이 아직은 프로 가수가 아닌 그에게 너무 무거운 부담감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이진아가 도전이 아닌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비겁한 도전을 하는 것 같아 유희열은 아쉬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음악적인 능력이 많은 이진아를 채찍질해서 더 큰 성장을 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터다. 때문에 어린 참가자들에게 주책맞을 정도로 애정을 표하고 ‘아빠 미소’를 짓는 유희열의 무서운 몰아치는 심사평이 거슬리거나 무리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 ‘K팝스타4’는 이진아 외에도 케이티김, 에스더김, 그레이스신, 릴리 M 등 노래와 끼 많은 출연자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누가 최종 우승자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 참가자들의 뛰어난 실력으로 우승을 예측할 수 없어 더 재밌는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은 심사위원들의 개성 강한 심사다. 과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풍부한 표현법으로 노래를 듣는 재미를 높이는 박진영, 감성적인 심사를 하는 유희열, 냉철하지만 인간미가 숨어 있는 양현석까지 심사위원들의 노래와 무대에 대한 철학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진아를 울린 ‘나빠서 좋은 심사위원’ 유희열의 강한 채찍질이 앞으로 어떤 좋은 약으로 발휘될지 안방극장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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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