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용택(36)은 모두가 인정하는 야구인이다. 특히 타격과 관련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머릿속에 새로운 무언가가 떠오르면, 원정길 고속버스 휴게소에서도 배트를 잡을 정도다. 야구에 대한 끊이지 않는 갈증이야말로 지금의 박용택을 만든 첫 번째 요인일지도 모른다.
한 시즌을 준비하는 50일의 스프링캠프서도 박용택은 남다르다. 지난해 아무리 빼어난 활약을 펼쳤더라도,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훈련한다. 정규훈련이 끝난 밤에도 박용택은 호텔 공터에서 부단히 배트를 돌린다.
그 다음은 야구스터디 시간. 박용택의 노트북에는 2002년 데뷔시즌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의 타격폼과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타격이 담긴 비디오로 가득하다. 이렇게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박용택은 자신의 타격 변화를 돌아보고, 메이저리그 특급타자들의 스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간다. 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이 호텔방에선 휴식에 집중하지만, 박용택은 방에서도 오직 야구다. 홀로 쓰는 박용택의 호텔방은 트레이닝룸이 된다.

그런데 때로는 후배들에게 박용택 방이 지옥훈련장이 된다. LG의 한 신예야수는 지난해 스프링캠프서 박용택으로부터 타격 조언을 받으려 했다가 밤샘 훈련을 하고 나왔다.
이 야수는 “박용택 선배님께서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타격 영상들을 보여주셨다. 브라이스 하퍼 같은 힘 있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스윙을 보여주시면서 힘이 아닌 몸의 회전을 강조하셨다. 그런데 점점 야구시청에서 훈련모드로 변하더라”며 “선배님께서는 매일 자기 전에 힙턴을 해온다며 내게 시키셨고, 그 다음에는 악력 훈련에 들어갔다. 박용택 선배님께서 매일 하시는 모든 훈련을 따라했는데 사실 난 횟수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처음에는 그저 야구를 보며 즐거웠는데 방에서 나왔을 때는 초주검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용택은 2002년 프로 첫 번째 스프링캠프부터 강하게 보냈다. 입단계약금 3억원 중 2억3000만원만 보장된 상황이었고, 나머지 7000만원을 받기 위해선 스프링캠프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야만 했다. 당시 LG 구단은 3억원을 채워달라는 박용택의 요구에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판단한 뒤 나머지 7000만원을 주겠다. 김성근 감독님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된다”고 답했다. 7000만원 옵션이 붙은 스프링캠프를 치른 것이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은 스프링캠프 내내 신인 유망주였던 박용택을 주시했고, 결국에는 박용택의 타격을 극찬했다. 심지어 베테랑들을 불러 모아 “박용택의 타격을 보고 배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용택은 입단계약금 3억원을 모두 받게 됐다.
박용택의 2015시즌 목표는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박용택은 스프링캠프에 앞서 “2015시즌은 144경기로 치러진다. 재미있을 것이다. 경기수가 늘어난 만큼 선수들에게는 커리어하이를 세울 수 있는 기회다. 17, 18승했던 투수들은 20승을 노려볼 수 있고, 170, 180안타를 치던 타자들은 200안타를 노릴 수 있다. 훨씬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다. 144경기 다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 개인 기록도 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덧붙여 박용택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선 일찍이 내 자리가 1번 타자로 결정됐었다. 그래서 출루에 최적화된 타격을 준비했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변화를 줄 것이다. 장타욕심을 낸다거나, 홈런타자로 변신한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지난해보다는 큰 타구를 많이 날리는 것을 준비하도록 하겠다”며 해결사 역할에 중점을 두고 2015시즌을 맞이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렇게 박용택은 매년 스프링캠프서 자기 자신에게 과제를 제시하곤 한다.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는 만큼, 박용택의 2015시즌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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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