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전력 이청용(27, 볼튼)과 구자철(26, 마인츠) 없이 한국은 해냈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6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ANZ 스타디움에서 개초된 2015 호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정협의 결승골과 김영권의 추가골에 힘입어 난적 이라크를 2-0으로 제압했다.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호주 대 아랍에미리트의 승자와 우승을 다투게 됐다.
온갖 악재가 난무하는 가운데 거둔 결승진출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대표팀의 오른쪽날개 이청용은 지난 10일 오만과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서 상대의 깊숙한 태클에 부상을 입었다. 오른쪽 정강이뼈 미세골절상을 입은 이청용은 아시안컵에서 중도 하차했다. 14일 홀로 귀국한 이청용은 영국으로 돌아가 재활에 열중하고 있다.

불행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미드필드의 중심 구자철까지 다쳤다. 호주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에 부상을 입은 구자철은 결국 21일 귀국했다. 구자철은 “(이)청용이가 부상으로 갔을 때 배웅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계속 연락을 하면서 응원을 해왔다. 그런데 나도 그런 상황이 되서 정말 안타까웠다. 아시안컵을 팀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미드필드에서 주전 2명을 잃은 슈틸리케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는 남태희와 이근호가 공백을 메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좌우윙백 김진수와 차두리를 활용한 오버래핑으로 적극적으로 측면을 공략했다. 결국 손흥민이 터트린 두 골 모두 김진수와 차두리가 배달했다.
이라크전에서는 한교원이 이청용을 대신했다. 한교원은 폭발적인 주력과 거친 몸싸움으로 전반전 45분 동안 모든 것을 불태웠다. 차두리와 한교원이 측면을 지배하면서 수비에 바쁜 이라크는 제대로 공격도 못해봤다. 자연스럽게 이라크가 자랑하는 왼쪽 측면이 봉쇄됐다. 후반전 슈틸리케는 한교원을 빼고 이근호를 넣어 체력을 안배했다. 재간을 부린 남태희는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슈틸리케의 지략이 제대로 적중했다.

슈틸리케는 “이청용과 구자철이 빠졌다고 핑계를 댈 수 없다.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에 큰 의미가 있었다. 분명한 건 이번 대회서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 점을 염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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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