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판정 한 번이 프로농구의 재미를 앗아갈 수 있다. 프로농구 심판들의 자질이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테렌스 레더와 유도훈 감독의 퇴장건만 해도 그렇다. 인천 전자랜드는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5라운드 울산 모비스와 홈경기서 유도훈 감독과 테렌스 레더가 테크니컬 파울에 의해 코트를 떠났다. 이 여파로 전자랜드는 66-90으로 대패를 당했다.
첫 퇴장은 레더였다. 레더는 1쿼터 종료 1분을 남기고 연속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레더는 문태영을 수비하면서 밀쳐 첫 파울을 받았고, 심판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는 과정에게 또 다시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퇴장을 당했다. 심판에게 대들었고, 공을 발로 찼다는 이유다. 하지만 레더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레더의 퇴장은 유도훈 감독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다. 유도훈 감독은 레더의 퇴장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다가 심판으로부터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유도훈 감독은 레더의 퇴장에 대해 수차례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심판은 묵묵부답이었다.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 나서 설명을 요구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과연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됐을까. 결국 유 감독은 경기 종료 6분 42초를 남긴 시점에서 재차 테크니컬 파울을 받고 퇴장을 당했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선수들은 과연 한국 심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아울러 여러 다른 해외리그와 비교해봤을 때 KBL의 판정이 감정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고 느끼는 선수도 있었다. 여러 선수들의 의견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냥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KBL 경력이 많은 A 선수는 “한국 심판들이 간혹 정말 어처구니없는 판정을 할 때가 있다. 외국선수들끼리도 자주 이야기를 한다. 아무래도 우리가 외국선수고, 공격을 도맡다보니 불리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미국에서는 판정에 이해가 가지 않으면 바로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심판에게 다가가기만 해도 테크니컬 파울을 주더라”고 하소연했다.
올 시즌 처음 한국에 온 B 선수는 “한국에 왔는데 절대 심판에게 따지지 말라는 주의를 들어서 왜 그런가 싶었다. 심판에게 질문을 했더니 바로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내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았다. 이런 농구리그를 본 적이 없다. 전에 정말로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고 털어놨다.
심판에 대한 외국선수들의 불신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었다. 오래전부터 선수마다 파울콜을 불어주는 기준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정 선수에게 파울을 잘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 C 선수는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려고 하는 경향을 많이 봤다.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다. 한국처럼 심판이 판정한다면 농구의 재미를 앗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심판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잘하면 본전이고 조금만 잘못해도 욕을 먹는 것이 심판들의 운명이다. 다만 최근 융통성도 없고 기준도 애매한 판정이 이어지면서 심판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설명을 원하는 선수를 무시하고, 단호한 입장을 고수한다고 심판의 권위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말로 심판과 대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국내선수는 그래도 사정이 낫다. 외국선수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다. 외국선수에 대한 판정은 곧바로 승패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프로농구는 매년 심판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심판문제는 프로농구의 흥행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정작 KBL만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