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거나 미치거나’를 보고 있으면 마치 장혁과 오연서의 만담쇼를 보는 듯하다. 두 사람이 어찌나 호흡이 잘 맞는지 이들이 주고받는 애드리브 같은 대사와 깨알 같은 표정연기가 웃음이 절로 나게 한다.
장혁과 오연서는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극본 권인찬 김선미, 연출 손형석 윤지훈)를 통해 처음 함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 호흡을 맞춰본 것 마냥 자연스럽게 서로 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유쾌하다.
장혁과 오연서가 전작 ‘운명처럼 널 사랑해’ 이건과 ‘왔다 장보리’의 장보리 캐릭터를 완전히 벗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장혁은 여전히 이건 같고 오연서는 장보리 같다. 바보 같이 크게 웃는 장혁, 언제나 밝은 오연서가 그렇다.

그러나 사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이들 캐릭터와 호흡은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코믹스럽고, ‘적당히’ 달달하다. 시청자들도 두 사람에게서 전작 캐릭터가 보이긴 하지만 색다른 면도 분명 있고 두 사람의 호흡이 꽤 잘 맞는 건 부정할 수 없는 듯하다.
지난 26일 방송된 3회분에서 오연서는 신율 캐릭터의 총명하면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줬다. 청해상단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신율은 황보여원(이하늬 분) 앞에서 한 마디도 지지 않는 당돌한 면모를 선보였다. 한보여원이 비단은 관심 없다며 사람을 원한다고 하자 신율은 “좋은 물건 외에는 팔 수 있는 물건이 없습니다. 특히 사람은 팔지 않습니다”라고 맞섰다.
하지만 5년 만에 왕소와 재회한 신율은 ‘능청’ 그 자체였다. 남장을 한 채 왕소와 대면한 신율은 왕소를 빤히 바라보는가 하면 손가락으로 가슴을 누르고 촛대로 엉덩이를 찌르며 “가슴이 두껍고 엉덩이가 탄탄하다. 한 번 돌아봐라”라고 능글맞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혁은 이러한 상황을 능글스러운 표정으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 번 돌아보라는 신율의 말에 버럭 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한 번만 돌 거야. 한 번만”이라고 한 바퀴 돌면서 한술 더 떠 “맘에 드느냐”고 말했다. 한 없이 가벼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아버지 시해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김종식(안석환 분)을 단칼에 베어 버리는 왕소의 냉정한 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5년 만에 재회한 왕소와 신율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던지고 받는 대화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술에 취한 신율이 왕소에게 바짝 다가가 “낮에도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참 잘나셨소”라며 왕소의 얼굴을 만지고 왕소는 그런 신율의 행동에 당황했다. 또한 술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잠자리 싸움을 벌이는 등 마치 아이들처럼 다투는 두 사람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다 신율이 과거를 아련하게 회상, 장혁과 오연서의 호흡 강약조절이 재미를 더했다. 전작 캐릭터가 계속해서 연상돼 이들이 이를 극복하는 것은 숙제지만 두 사람의 호흡만큼은 볼만하다.
kangsj@osen.co.kr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