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우월한 프로포션을 자랑하며 화려한 런웨이를 휩쓸던 모델 이수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에 이어 '일리있는 사랑'에 출연 중인 이수혁이 김 목수를 매력적으로 연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일리있는 사랑'(극본 김도우 연출 한지승)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여주인공 일리(이시영 분)와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 같은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남편 희태(엄태웅 분), 그리고 일리를 보며 처음으로 여자라는 존재에게 설렘을 느끼게 된 김준(이수혁 분)의 사랑을 그리는 감성 멜로드라마다.
시청자 의견이 분분한 이 드라마에서 이수혁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주인공 김일리를 사로잡는 옴므파탈 목수 김준을 열연하며 안방에 눈도장을 찍고 있다. 김준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지만 만사에 시큰둥하고 타인과 엮이길 싫어하는 남자로, 김일리에게 설렘을 느끼면서 뒤늦은 첫사랑이 가져다 준 일리 있는 성장통을 겪는 인물.

지난 26일 방송된 ‘일리있는 사랑’ 17회에서 이수혁은 극중 김준의 웅크린 갈등을 폭발적으로 쏟아내며 더욱 깊어진 연기력을 자랑했다. 일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고 여사(이영란 분)를 돌보기 위해 전남편 희태의 집으로 들어가자, 일리에게 버려질까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가슴 찡한 장면을 탄생시킨 것.
지금까지 이수혁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꾹꾹 억누르며 상처 가득한 김준의 내면을 처연하게 표현했던 바. 모델 출신 이수혁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와 묵직한 저음은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며 어딘지 섬세하면서도 거친 김목수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었다.
여기에 이수혁은 무표정한 얼굴에 균열이 일며 격정적으로 드러나는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연기, 상처 입은 한 마리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가련한 모습으로 여심을 흔들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고백컨대 ‘뱀파이어 아이돌’을 시청하던 시절엔 미처 몰랐다. 이수혁이 이렇게 복잡한 캐릭터를 먹먹하게 소화할 줄이야. 모델 출신 신인 배우에서 자기 색깔을 가진 배우로 꾸준히 성장중인 이수혁. 과연 다음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자못 기대된다.
'일리 있는 사랑'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