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펀치’ 최명길의 블랙옷,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드라마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27 08: 07

뭐하나 허투루 넘길 수가 없다. 드라마 ‘펀치’의 촘촘한 대본과 연출, 배우들의 세밀한 표현이 시청자들마저 편안하게 시청하지 못하게 만들며 옥조이고 있다. 하물며 최명길의 검정색 의상마저 의미심장하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펀치’ 12회는 윤지숙 법무부장관(최명길 분)이 검찰총장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위기에 처한 이태준(조재현 분)을 자신의 연적을 제거하는 ‘개’로 활용해 국무총리 내정자까지 오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박정환(김래원 분)은 태준을 쫓아내기 위해 덫을 놓아 성공했지만, 지숙이 태준을 구하면서 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야망이 큰 지숙은 대신에 벼랑 끝에 놓인 태준을 자신 대신 피를 묻히는 도구로 활용했다. 태준은 지숙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국무총리 내정 유력 후보들을 찾아가 총장의 지위를 이용해 협박하거나 읍소했다.

결국 지숙은 손에 더러운 오물조차 묻히지 않은 채 그토록 원하던 권력의 끝을 향한 엘리베이터를 탑승했다. 너무도 쉽게 무임 승차를 한 지숙은 교활했고, 태준보다 야비했다. 심지어 내정 지목을 받고 가족과 고민해보겠다고 뜸을 들이기까지, 법 질서를 지키고 투명한 검찰 조직을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정환과 태준을 괴롭혔던 지숙의 화려한 화장기를 걷어낸 더러운 민낯이었다. 태준의 “화초가 잡초가 됐다”라는 씁쓸한 말 한마디는 지숙의 변화를 드러내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위선으로 가득했던 지숙이 대놓고 권력을 탐하게 된 것.
동시에 이 순간 지숙의 옷은 소위 말하는 ‘올블랙’이었다. 온통 검정색인 옷을 입고 성공을 자축하듯 미소를 짓는 지숙의 모습은 이날 방송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순간이었다. ‘펀치’ 제작진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인물간 갈등을 표현할 때 대사 뿐만 아니라 음식과 소품을 이용해 전달력의 힘을 키웠다. 의상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성공을 위해 악한 면모가 있었던 정환은 늘 어두운 옷을 입었고, 청렴결백한 검사 신하경(김아중 분)은 주로 밝은 의상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숙이 이 같이 완전히 어두운 옷을 입은 것은 지숙이 더 이상 선한 모습으로 자신의 성격을 포장할 필요가 없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의미심장한 표현이 많아 해석할 여지가 있어 머리를 쥐어뜯으며 들어야 하는 대사, 다음 이야기의 복선을 깔아두는 섬세하면서도 흥미로운 연출, 그리고 이야기의 전달력과 흡인력을 높이는 의상 선택까지 ‘펀치’는 뭐하나 허투루 지나갈 수 없는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서 더 하나, 최명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이 드라마에서 어찌 보면 태준보다 ‘욕을 더 많이 먹는’ 인물인 지숙의 이중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배우가 있을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숙이라는 인물의 위선적 행태가 드러났던 반전이 있기까지 많은 시청자들이 지숙 역시 하경과 같은 선한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만큼 최명길의 연기는 박수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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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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