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 3인방이 호동 아저씨에게 [그래도 강호동④]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28 10: 00

방송인 강호동이 새 예능프로그램 KBS 2TV ‘투명인간’으로 고군분투 중입니다. 2012년 말, 1년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안방극장에 돌아온 후 몇몇 실패작을 남긴 그입니다. 혹자는 이제는 전성기가 지났다고 하고, 혹자는 그래도 강호동이라고 말합니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입니다.
연예 담당 기자로서 거짓말 조금 보태서 365일 텔레비전을 끼고 살고 있습니다. 제작진과 연예인 매니저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예 뉴스가 만들어지는 현장에서 사는 여자 기자 3인방이 수다를 떨었습니다. 3명은 지상파 방송사 출입 기자입니다. 주제는 3인방이 어린 시절부터 숱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강호동입니다. 전문가의 시선도, 거창한 대담도 아닙니다. 그래도 평소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 덕에 ‘방송인 강호동’과 그의 예능에 대해 고민을 했던 시간이 많았던 이들의 대화입니다. 조금 더 가독성이 높길 바라며, 가벼운 농담과 상하관계로 인한 평소 말투는 거르지 않고 옮깁니다.
◆ 표재민(이하 재민): ‘투명인간’ 어때?

◆ 권지영(이하 지영): 난 강호동 씨가 하는 콩트를 기대했어. 옛날에 ‘소나기’ 했었잖아. ‘행님아’ 그 유행어 있었던 콩트...콩트를 잘하는 사람인데 ‘투명인간’에서는 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아직 초기라 그런지 어색해보여. 차라리 ‘무한도전’에서 나온 것처럼 사전에 잘 짜놓은 콩트를 보고 싶어. 무한상사 같은 것 정말 재밌잖아. 사실 ‘투명인간’이 나쁘진 않거든. 강호동 씨에게 독이 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생각해. 구성이 쉬워서 유쾌해. 다만 좀 세밀하게 짜인 콩트를 봤으면 좋겠어.
◆ 재민: 손발이 오그라들었어. 출연자들이 어색하니깐 거기 나오는 일반인들도 그렇고 시청자인 나도 그렇고 어색했어. 일반인들이 연예인을 봐서 웃는 듯한 느낌 있지? 지영 언니가 말한대로 사전에 상황극을 짜거나 기획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 후 그 다음에 일반인들을 웃기려는 것을 보여주면 어떨까?
◆ 정유진(이하 유진): 처음에 프로그램 콘셉트 들었을 때 엄청 재밌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니 예상했던 그림과 다른 거죠. 멤버들끼리 케미(케미스트리, 조합)가 살아 있을 줄 알았어요. 강호동 씨가 ‘1박 2일’에서 콩트 같은 것 했을 때 케미가 있었거든요. 차라리 아예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하는 건 어떨까 싶어요.
◆ 재민: 웃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돌발 상황을 담는 거야?
◆ 유진: 네. 자연스럽게 진짜 습격을 하는 거죠. 지금처럼 어느 한 회사를 정해놓고 그 회사 사람들이 사전에 연예인이 온다는 것을 아는 게 아니라, 정말 모르는 상태에서 연예인이 갑자기 나타나 당황스러운 것을 보여주면 어떨까요?
◆ 재민: 나도 사실 처음에 지영 언니한테 이 프로그램 콘셉트가 뭐냐고 물어봤잖아? 약간 예전에 강호동 씨가 했던 ‘캠퍼스 영상가요’ 같은 콘셉트일 줄 알았어. 갑자기 어딘가 찾아가서 일반인들을 즉석에서 섭외하고 이런 것...내가 첫 방송 보고 지영 언니한테 물었잖아. 혹시 찾아간 회사 PPL(간접광고)이냐고...억울하게도 PPL 아니라면서? 아니 방송을 보는데 웃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회사 광고 같았어. 그래서 그냥 그 출연자들이 길거리로 나가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했지.
◆ 지영: 그런데 ‘투명인간’ 1회부터 지금까지 한 것을 보면 다 다르다?
◆ 재민: 그건 그냥 길을 못 찾고 있는 것 아냐?
◆ 지영: 처음인데 길을 못 찾는 건 당연한 거지. KBS에 물어보니 계속 바뀐다고 하더라.
◆ 유진: 사실 전 보면서 안 웃은 적은 없어요. 재밌는데...프로그램이 기본적으로 아이디어는 좋아요. 다만 조금 더 트렌디 했으면 좋겠어요.
◆ 재민: 궁금한 게 게스트는 왜 나오는 거야? 게스트 없는 게 훨씬 재밌을 것 같은데...이런 프로그램은 게스트 없이 멤버들끼리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 유진: 화제를 일으키려고 게스트가 나오는 것 아닐까요? 저도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 지영: 그럼 넌 강호동 씨가 어떤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어?
◆ 재민: 진짜로 보고 싶은 것은 육아 예능...아들 시후 군과 같이 나오는 것 보고 싶어. ‘1박 2일’ 때 아빠보다 뽀로로를 좋아한다고 했던 아들...그런데 강호동 씨가 가족 공개를 할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는 ‘1박 2일’ 같은 여행 프로그램 했으면 좋겠어.
◆ 지영: 왜 또?
◆ 재민: 아, ‘왜 또?’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강호동 씨가 나온 ‘1박 2일’을 정말 좋아했거든. 난 지금도 심심할 때 가끔 봐. 강호동 씨가 은지원, 이승기 씨 같이 자신보다 어린 후배들과 만드는 케미가 진짜 재밌었어. 강호동 씨는 그때도 동년배 김C나 연장자 게스트와 되게 어색했거든. 김C와 그렇게 오래 프로그램을 했는데도 뭔가 어색한 느낌이 있었어. 근데 그게 되게 좋았어. 친하진 않지만 서로 공감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거든. 강호동 씨가 김C 하차할 때 나이대가 비슷해서 마음적인 위로가 됐었는데 아쉽다는 식으로 말을 했거든. 난 그냥 시청자 입장에서는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어. 물론 아류작이라고 또 욕을 먹겠지. 그래도 그때 재밌게 봤던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 지영: 그런 프로그램을 하면 위험부담이 있지. 잘 안 되니깐 결국 같은 프로그램 한다고 다들 안 좋게 보지 않을까?
◆ 유진: 전 신동엽 씨처럼 잠깐의 부담이 있더라도 여러 프로그램을 했으면 좋겠어요. 신동엽 씨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은 작품을 했잖아요. 실패도 많이 했지만 그렇게 하니깐 ‘마녀사냥’ 같은 인기 프로그램도 나온 것 같고...강호동 씨가 많은 프로그램을 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성향, 본인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하다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 재민: 그런데 그게 요즘에 가능할까? 신동엽 씨가 부진을 겪을 때는 언론이 이 정도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어. 요즘엔 어느 연예인이든 너무 많은 관심을 갖잖아. 신동엽 씨가 그랬던 것처럼 강호동 씨에게 맞는 예능 흐름이 올 때까지 대중이나 언론이 조용히 기다려줄까?
◆ 지영: 맞아. 신동엽 씨 때와 상황이 달라. MC들도 참 힘들 것 같아. 평가를 너무 짧은 기간 동안 받으니깐...많이 부담될 것 같아.
◆ 유진: ‘비정상회담’처럼 여러 명의 MC들이 끌고가는 토크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양하게 해야 MC로서 수명 연장도 가능할 것 같은데...
◆ 재민: 아무리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이 잘 나간다고 해도, 톱 MC들에게는 지상파보다는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
◆ 지영: 난 케이블채널에서 요리 프로그램 했으면 좋겠어.
◆ 유진: 오 괜찮은 것 같아요.
◆ 지영: 강호동 씨와 식신. 어울리지 않아?
◆ 재민: 백종원 씨와 하면 딱이겠네.
◆ 지영: 새 예능프로그램 아이템 나왔다. 이거 팔자.
◆ 재민: 이거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제작진에게 원작자로서 돈 받자.
◆ 유진: 전 ‘삼시세끼’ 같은 곳에 게스트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 지영: 강호동 씨의 존재감이 대단한 게 사실 어느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온다고 생각해봐도 다 재밌을 것 같아.
◆ 재민: 이번에 강호동 씨 관련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20년 전 기사도 살펴보고 영상도 봤거든. 강호동 씨가 ‘해피투게더’에 게스트로 나온 것 봤는데 진짜 ‘레전드’야. 교복 입고 쟁반노래방에 출연했거든. 왜 요즘엔 안 나올까? 난 사실 강호동 씨뿐만 아니라 유재석, 신동엽 씨나...톱 MC들이 가끔 게스트로 나왔으면 좋겠어. 팬 서비스 차원에서...
◆ 유진: 아무래도 게스트로 나오면 그런 MC들은 객체처럼 보일 것 같긴 해요. 그들은 어떤 프로그램에서든 주체잖아요. 그래도 ‘삼시세끼’에는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나약해보이는 게스트만 부르는 거예요. 아니면 완전히 기 센 사람들과 붙여놓든가...결론은 나영석 PD와 다시 손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전 강호동 씨가 모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새로운 예능 한 걸 보면 그냥 강호동 씨가 잘할 것 같은 프로그램만 했잖아요. 위험부담이 커도 지금과 다른 새로운 것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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