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kt 위즈의 베테랑 포수 용덕한(34)이 새 팀에서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kt는 다른 어떤 구단보다도 ‘주전 포수’에 대한 열망이 컸다. 지난해 김종민, 안중열, 안승한 등 포수들이 퓨처스리그에서 성장세를 거듭했지만 1군에서 당장 활용하기엔 위험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선수 20인외 특별지명을 통해 베테랑 포수 용덕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당연히 1군 경험이 풍부한 용덕한이 주전 포수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용덕한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여기 있는 선수들이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라 그럴 뿐이지 주목받거나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팀을 옮긴 만큼 새로 시작하겠다는 각오도 남달랐다. 용덕한은 “kt는 신생팀이고 지난해부터 준비를 잘 했다. 이런 팀에서 뛰게 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서 “새 팀인 만큼 새 마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kt는 포수 훈련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 블로킹 훈련을 할 때는 많게는 400개의 공을 받기도 한다. 용덕한 이에 대해서 “다른 팀들도 이 훈련을 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진 안 하는 것 같다. 여기선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한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훈련도 중요하지만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장재중 배터리 코치도 용덕한의 조언에 대해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용덕한은 “조언을 해주는 게 좋긴 좋은데 코치님한테는 실례다”면서 “눈치를 봐가면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조금씩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언에 대해선 “선수들이 조금 딱딱한 느낌이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태그, 블로킹을 들어갈 때 더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용덕한은 후배 포수 김종민에게 글러브를 챙겨주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새 글러브가 아닌 쓰던 걸 한 번 써보라고 줬다. 여유가 있으면 많이 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 여유가 생기면 밑에 후배들도 점점 챙겨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또 어린 후배들에 대해선 “아직 어린 선수들이다보니 코치님들, 선배들 눈치를 보면서 경직돼있다. 하지만 지금 이런 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용덕한에게는 kt의 젊은 투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선 “중요할 것 같다. 확실히 2군은 1군과 차이가 있다. 연습 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이나 이와 관련된 부분들에 대해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용덕한은 “투수들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매력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래서 경기를 하는 게 기대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롯데를 떠나 kt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용덕한 뿐만이 아니었다. 장성호를 비롯해 김사율, 박기혁, 크리스 옥스프링 등이 함께 팀을 옮겼다. 용덕한도 이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아무래도 없는 것 보다 있는 게 시너지 효과가 있다. 힘들 때 서로 기댈 수 있고, 서로 잘 알다보니 눈치껏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지만 옥스프링도 우리한테 도움을 주고, 우리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 출발을 하겠다는 게 용덕한의 다짐. 용덕한은 “새 팀, 새 감독, 새 코치님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지적해주시는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렇게 해왔는데 왜 다른 걸 시키지’가 아니라 기존의 내가 가진 부분과 새 것을 섞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엔 “개인적인 목표가 아니라 ‘팀이 조직적이고 짜임새 있다’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용덕한은 “10구단이 창단해 걱정이 많지만 그 우려를 씻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드려야할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부상을 안 당하고 팀과 1년 내내 경기를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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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