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대표하는 4번타자 거포들이 3루수 외도를 꾀한다. 한화 김태균(33), 넥센 박병호(29)가 그 주인공으로 스프링캠프에서 3루 수비 연습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김태균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해 취임식에서 "김태균을 3루에서 반은 죽여놓을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는데 실제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3루 펑고로 그의 혼을 빼놓았다. 혹독한 펑고로 20대 몸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당초 계획이었다.
그런데 김태균이 의외로 3루 펑고에서 능숙한 수비를 선보였다. 김 감독은 "3루 수비에 센스가 있다. 글러브질이 좋고, 동작이 매끄럽다. 여차하면 3루수로 갈 수 있다.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말로 상황에 따라 김태균을 3루수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김태균은 지난 2001년 39경기, 2002년 52경기, 2003년 1경기, 2004년 8경기, 2013년 1경기로 모두 101경기에서 3루수로 뛴 경험이 있다. 프로 데뷔 초에는 날렵한 몸매로 강습 타구를 처리했다. 김 감독은 "김태균은 수비에 재주있다. 김회성보다 부드럽다"며 경기 후반 3루수 기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 애리조나의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넥센에서는 박병호가 3루수 연습에 한창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는 2년째 3루수 훈련을 하고 있다. 작년까지 플랜C였다면 올해는 플랜B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주전 3루수 김민성이 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3루 기용이 가능하다.
지난해까지 넥센은 김민성과 윤석민 체재로 3루를 운용했지만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함께 윤석민이 유격수로 이동하며 3루 백업 자리가 비었다. 염경엽 감독은 타선 강화 방법으로 경기 후반 박병호의 3루수 투입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박병호의 어깨가 강하고, 유연한 동작을 가져 가능한 시나리오.
포수 출신의 박병호는 강한 어깨를 인정받아 LG 시절 3루수로 나선 적이 있다. 2005년 3경기, 2006년 17경기, 2011년 1경기로 총 21경기를 1루수로 뛰었다. 올 시즌 이후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 3루까지 소화할 수 있다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더욱 어필할 수 있다.
김태균과 박병호가 스프링캠프를 통해 시즌 중에도 3루수로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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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박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