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일리있는 사랑’ 엄태웅, 카리스마 걷어내도 존재감甲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5.01.28 07: 04

치장이 적고 담백하다. 그의 내레이션이 아내와의 이별에 겪는 심경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남자는 한 지붕 아래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면서도, 아내의 외도에 치밀었던 시기와 질투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일리있는 사랑'(극본 김도우 연출 한지승)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여주인공 일리와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 같은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남편 희태, 그리고 일리를 보며 처음으로 여자라는 존재에게 설렘을 느끼게 된 김준(이수혁 분)의 사랑을 그리는 감성 멜로드라마다.
극 초반 이 드라마는 통통 튀는 안드로메다급 4차원 소녀에서 현실의 무게에 눌려 생기를 잃은 일리(이시영 분)의 대비되는 일상을 담으며 그녀가 김준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물엿처럼 늘어지며 흥미를 잃었고, 김준과 장희태(엄태웅 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도돌이표 전개를 반복하는 일리의 모습은 더 이상 시청자에게도 이해되지 않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를 걷어낸 엄태웅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력, 흡인력 있는 내레이션은 결코 평가 절하되어선 안 된다. 극중 쾌활하고 다정다감한 고등어 박사 장희태를 연기하는 엄태웅은 아내에 대한 배신감과 미련 사이에서 겪는 갈등, 사랑에 빠진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의 극단적인 감정변화를 현실적이면서도 공감도 높게 그려내며 감정이입을 이끌어낸다.
지난 27일 방송된 18회에서도 아내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장희태의 모순적인 속내와 고통스러운 내레이션을 전하는 엄태웅의 모습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날 일리와 함께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공원을 찾은 희태는 다정하게 연애를 하는 커플의 모습에서 자신과 일리의 풋풋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이에 희태는 7년 전 일리와 나눴던 첫키스를 회상, “고등어 냄새가 났던 우리의 첫 키스. 나는 아내를 지켜주고 싶었다. 아내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이라고 씁쓸하게 독백한 후 희미하게 웃으며 일리의 행복을 기원했다.
그러나 이후 어머니 고 여사(이영란 분)가 식물인간인 여동생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는 모습에 무너진 희태는 일리의 품에서 엉엉 울며 감정을 토해냈다. 희태는 “한 지붕 아래 아내가 이었으면 좋겠다.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독백했지만, 일리와 떠나겠다는 김준의 모습을 떠올리곤 일리를 매몰차게 밀어냈다. “아직도 알량하게 남은 게 있었다. 시기와 질투 미움. 그게 뭐라고...”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와 함께 혼자 남은 장희태는 “그 녀석으로부터 떠난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내를 편히 보내주지 않은 건 위선이었다는 것을. 나는 상처받았고 그걸 용서할 수 없었을 뿐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자신이 내겐 없었다”고 씁쓸하게 독백해 지독한 여운을 남겼다.
지독하게 복잡다단한 드라마 ‘일리있는 사랑’. 주연 배우 엄태웅의 일리있는 연기력이 작품의 밀도를 높이며 스토리의 아쉬움을 방어하고 있는 가운데, 종영까지 2회밖에 남지 않은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리있는 사랑'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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