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펀치’ 온주완·임현성, 조용했던 그들의 격한 소용돌이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28 08: 09

작은 한 장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드라마 ‘펀치’가 또 한 번 변방의 인물들이 드라마의 흐름을 확 바꿔놓는 결정적 선택을 했다. 배우 온주완과 임현성이 SBS 월화드라마 ‘펀치’를 뒤흔들어놓으며,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마다 온신경을 곤두세워서 봐야 하는 이 드라마의 촘촘한 얼개가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지난 27일 방송된 ‘펀치’ 13회는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은 시한부 검사 박정환(김래원 분)의 발목을 잡는 옛 친구 이호성(온주완 분)과 정환에게 억하심정이 있을 법 한데 도움의 손길을 뻗은 서동훈(임현성 분)의 이야기가 담겼다. 두 사람의 선택은 각각 정환에게 위기가 됐고, 구원이 됐다.
7년 전 검찰의 개혁을 위한답시고 정환을 배신했던 호성은 또 한번 정환을 위험에 빠뜨렸다. 정환이 법무부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을 아들의 병역비리 혐의로 옭아매자 정환을 위기에 집어넣는 약점을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에게 넘긴 것. 호성은 정환이 딸의 국제중학교 부정입학을 시도했던 증거를 태준에게 주는 동시에 태준의 사람이 됐다.

반면에 정환의 동생 박현선(이영은 분)과 연인이지만 의사가 아닌 자동차 정비공이라는 이유로 정환으로부터 헤어짐을 종용받았던 동훈은 정환을 도왔다. 병역비리 증거를 가지고 있었던 동훈은 호성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신념을 지키며 정환의 단단한 동아줄이 됐다.
검찰 비리 타파를 외치며 친구도 배신하고 지숙의 편에 섰던 호성은 지숙의 위선 행각을 다 알고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자신이 변해야 한다며, 정환의 뒤통수를 쳤다. 1회부터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호성은 조용하면서도 가장 변화무쌍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내적인 요동이 가장 컸지만, 대놓고 악하거나 선한 인물들에 가려 있었던 것이 사실. 오락가락해서 더 현실적인 호성이라는 인물이 막판에 날린 ‘대형 펀치’는 극을 흔들어놨다. 겨우 숨통을 튼 정환의 가장 큰 약점인 가족을 건드렸기 때문.
정환에게 서운한 감정이 가장 많을 동훈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 역시 강력한 변곡점이었다. “병원 피 냄새 말고 기름 냄새 맡고 살겠다”면서 다시 의사로 돌아가 현선의 곁에 남을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고 자신의 올곧은 신념을 지킨 동훈. 잠시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호성이 보고 있는 앞에서 정환에게 병역비리 자료를 넘기는 그 순간은 시청자들에게 안도와 함께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인물의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너무도 주요 이야기와 관계 없어 보이는 장면일지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펀치’다웠다.
그리고 이 같이 하나의 장면, 하나의 대사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드라마답게 배우들의 연기도 재조명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용하게 소위 말하는 ‘병풍’ 역할을 하는 줄 알았던 온주완은 캐릭터가 확 변하는 그 순간에 자신의 연기력을 쏟아부었다. 야망과 원망으로 가득찬 눈빛에는 그 어떤 독한 캐릭터보다 무서운 기운이 담겨있었다. 임현성 역시 호성의 회유에 잠시 흔들리는 듯 했지만 멀리 가지 않고 다시 올바른 길로 되돌아오는 짧은 감정의 변화를 정교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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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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