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안정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에서도 툭툭 내뱉는 특유의 말투와 아들의 대견한 모습을 보며 애잔한 눈물을 훔치는 아빠의 반전 매력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그다. 이번엔 장기인 운동종목에 도전했다. 국가대표 운동선수답게 족구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안정환은 특유의 시크한 태도로 프로그램에 예능적인 재미도 배가시켰다. 이 정도면 타고난 예능 캐릭터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안정환은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에서 가수 홍경민, 방송인 샘 오취리, 배우 이규한, B1A4 바로와 함께 족구팀의 새 멤버로 출연했다.
이날 안정환은 첫 등장에서부터 웃음을 줬다. 어딘지 모르게 연륜이 있어 보이는 걸음걸이로 KBS 방송국에 등장한 그는 대기실에서 새 멤버들과 함께 만나 한없이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홍경민과 특별한 교차점이 없어 어색한 침묵 속에 시간을 보냈고, 옆에 있던 제작진을 향해 “이렇게 놔둘 거냐”고 쏘아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대기실에 등장한 샘 오취리는 "가나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어색함을 깨려 노력했던 홍경민은 "그럼 안정환을 알겠다"고 물었고, 안정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샘 오취리는 그에게 "축구 좀 하시냐"고 질문했다. 욱한 안정환은 "방송 보고 욕먹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안정환은 새 멤버를 맞히는 ‘그림자 토크’ 시간에도 특유의 예능감을 발휘했다. 자신의 나이를 40세가 아닌 30세로 소개한 안정환은 “평상시 강호동의 이미지가 어떠냐”고 묻는 강호동의 질문에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쿨’하게 답해 멤버들을 폭소케 했다.
또 그는 강호동을 아느냐는 말에는 "모른다"고 답했고, 자세가 불량하다는 말에는 "몸이 힘들어서 그런다"고 답하며 타고난 예능감을 불태웠다.
그의 활약은 예능감으로 끝나지 않았다. 족구 시간에는 축구 국가대표 출신답게 탁월한 볼 감각을 빛낸 것. 돌려차기 테스트에 임한 그는 공을 받는 족족 뻥뻥 차내며 축구 못지 않은 족구실력을 드러냈다. 자신의 실력에 열광하는 멤버들 앞에서는 뿌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예전에 공을 좀 찼다”고 말하는 모습이 웃음을 줬다.
공을 차는 과정에서도 그는 강호동과 티격태격 콤비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강호동은 다소 소심해 보이는 안정환에게 “제발 적극적으로 해달라. 단전의 기를 끌어 모아 파이팅을 외쳐달라”고 부탁했고, 안정환은 나름대로 노력을 해 보였다. 하지만 이는 강호동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강호동은 정형돈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안정환의 파이팅을 이끌어 내게 만들었다. “이거 방송 이렇게 해야 돼, 꼭?”이라고 투덜대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는 그의 모습은 새로운 투덜이(?)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했다.
실제 안정환의 모습은 투덜이 캐릭터로 사랑 받았던 배우 이서진을 떠올리게 한다. 뭐든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엔 시키는대로 잘 해내고 마는 반전 매력이 '닮은꼴'이라 칭해도 될 정도였다.
방송 후 안정환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새로운 예능형 캐릭터에 열광하는 모습. 안정환 효과는 시청률로도 나타났다. 28일 오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밤 '우리동네 예체능'은 전국기준 7.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방송(5.1%)보다 2.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축구든 예능이든 했다 하면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안정환이 앞으로 보일 활약에 기대감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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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