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의 짜임새 있는 전개가 후반부까지 조밀하게 이어지고 있다. 매회 긴장감의 연속인 ‘힐러’는 막판까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과 갈등의 연속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 중심에 있는 지창욱의 활약이 감탄을 자아낸다.
지난 27일 방송된 ‘힐러’에서는 영신(박민영 분)이 친엄마 명희(도지원 분)의 존재를 알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가장 늦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영신의 혼란스러움은 정후(지창욱 분)와 문호(유지태 분)를 더욱 미안하고 아프게 만들었다.
특히 정후의 아버지 준석이 영신의 아버지 길환을 죽였다는 오해가 있는 상황에서, 정후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영신도 그런 정후에게 증거를 꼭 가져와달라고 부탁하며 정후의 마지막 미션이 본격화됐다. 준석과 길환 사건에는 문식(박상원 분)이 깊이 연관돼 있어 이 사건의 진실로 인해 온갖 비리와 악행으로 물든 문식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높인다.

정후와 영신이 뜨겁게 사랑하는 가운데 시작된 마지막 정후의 미션은 그래서 더 위태롭게 그려졌다. 이날 방송 말미에서는 준석의 진술 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문식에 의해 제거되면서, 피 묻은 정후의 얼굴에 놀란 영신의 모습이 그려져 관심을 끌었다. 또한 문식의 아내 명희까지 문식의 악행을 눈치채 긴장감을 높인다. 문식의 전부인 명희가 문식을 무너뜨릴 한 방을 날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힐러’는 극 초반부터 지창욱이 정체를 감춘 힐러로 활약하고, 의심스러웠던 문호와 만나 과거의 진실에 접근하고, 영신과의 러브라인도 애틋하게 그려내며 매회 ‘레전드’로 불릴 정도의 퀄리티를 선사한 바 있다. 돌려 말하거나 시간 끄는 법 없지만 언제나 깜짝 놀랄 충격을 안기는 이야기, 또 그것을 빠른 템포로 끌어나가는 ‘힐러’는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중이다.
한국드라마의 역사로 평가받는 ‘모래시계’(1995) 세대와 자녀들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힐러’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흡인력 높은 이야기 전개를 끝까지 이어가는 중.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모래시계’의 암울했던 시대 상황과 묘하게 닮은 현재를 배경으로 ‘모래시계’의 비극적 로맨스를 연상시키지만, 더욱 경쾌하고 발랄해진 로맨스를 그려내는 송지나 작가는 특유의 사회적 통찰을 느낄 수 있게 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를 완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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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