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일리있는사랑', 이쯤되면 재난 드라마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1.28 09: 48

그저 '불륜 드라마' 쯤으로 알았다. 그런데 이쯤되니 '가족 재난 드라마'에 가깝다. 불륜, 식물인간, 치매, 그리고 살인 및 자살시도까지…. tvN 월화드라마 '일리있는사랑'에서 한 가족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닥친 이야기다.
지난 27일 방송된 '일리있는사랑'(극본 김도우, 연출 한지승) 18회는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여전히 김일리(이시영 분)를 놓고 서로 밀고 당기는 남편 장희태(엄태웅), 새 남자 김준(이수혁)의 이야기와 더불어 치매에 걸린 희태母 고여사(김영란)의 극단적인 선택이 그려졌기 때문.
치매 초기증상으로 남편도 몰라보며 정신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일순 정신을 또렷하게 차린 고여사는 식물인간 상태로 집 침대에 누워있는 딸 희수(최여진)에게 다가섰다. 식물인간이 됐을 당시 희수에게 '끝까지 같이 갈 거다'라고 다짐했던 고여사의 손에는 제초제가 들려 있었다.

딸 희수를 향해 "다음 생애는 먹고, 노래하고, 말하고, 걷고, 춤추고, 다 즐기자"며 "사랑한다 우리딸"이라는 말과 함께 베개를 빼내 얼굴을 덮고 누르는 고여사의 모습은 끔찍했다. 존속살해 시도라는 극단적인 선택, 그 상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공감에서 오는 끔찍함이었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는 이같은 감정을 극대화시켰다. 일리와 희태의 등장으로 이는 불발로 그쳤다. 희태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들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일리의 품에서 오열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방송 말미 상황은 더 극단으로 치달았다. 희태가 타고 나간 해양탐사선이 사고를 당한 것. 뉴스에서는 '생존자 확인중'이라는 보도만 있을 뿐. 희태가 이 배를 타고 나갔다는 걸 알게 된 일리는 결국 거리에 쓰러져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여주인공이라는 다소 공감하기 힘든 주제를 놓고, 아름다운 영상과 먹먹함을 동시에 안겼던 '일리있는사랑'은 이미 인물들의 수많은 상처와 아픔을 보여준 상태. 회가 거듭할수록 시종일관 바닥으로 내리꽂히기만 하는 이 '일리있는사랑'이 종영까지 남은 2회 동안, 이를 모두 회복할지, 아니면 더 바닥 끝까지 가라앉을지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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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있는사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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