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펀치' 이렇게 잘될 줄 몰랐지? '반전 1위'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1.28 16: 36

뭐든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지만, 최근 방송가에 사람들의 예상을 비켜가는 의외의 히트작이 나오고 있어 흥미롭다.
월화드라마 1위를 지키고 있는 SBS '펀치'와 수목드라마 1위를 기록중인 MBC '킬미 힐미'가 바로 의외의 수확을 거두고 있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시작 단계에선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던 상태. '킬미 힐미'의 경우에는 캐스팅 보도 과정에서 현빈 측과 트러블까지 있었다. 마케팅,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던 상황에서 두 작품은 모두 양질의 콘텐츠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1위자리까지 오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펀치'는 '추적자'의 박경수 작가가 집필을 맡은 작품으로, 선굵은 전개와 명대사의 향연이 예고되긴 했지만 흥행을 보장하긴 쉽지 않았다. 작가의 전작 '황금의 제국'이 큰 화제를 낳지 못한 채 막을 내린 바있고, 주연 김래원과 김아중은 대중에게 호감도가 높은 상태는 아니었다. 특히 3년 공백을 깨고 돌아오는 김래원의 흥행 파워는 검증이 된지 '너무' 오래됐었다. '펀치'라는 제목 역시 그 뜻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킬미힐미'는 상황이 더 안좋았다. '해품달'의 진수완 작가 작품이긴 했지만, 멜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지성과 황정음의 케미에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여러 배우들의 이름이 거론되다 무산되면서 '작품이 별로인가?'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고, 더욱이 급박하게 확정된 지성은 '여심 전문' 배우로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황정음 역시 연기력이 인정받은 바있으나 전작 '끝없는 사랑'이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진 못했던 상태였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펀치'는 등장인물 간에 현란한 뒤통수 스킬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쳤고, '킬미힐미'는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지성과 황정음의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훨씬 화려한 캐스팅으로 분류되는 SBS '하이드 지킬, 나'를 압도하고 있다.
'펀치'의 가장 큰 매력은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들이 치열하게 서로 뒤통수를 치며 발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다는 점. 어떤 쪽의 욕망이 더 큰가를 통해 승부가 결정되는 판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재빨리 현실에 타협하고 복수의 기회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어 스토리가 잠시도 느슨해질 틈이 없다. 권력욕 만큼이나 식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완성도 높은' 짜장면 먹방을 선보이면서, 명대사 배틀을 벌이는 모습은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다.
열연은 두말하면 잔소리. 고상한 척 뒤에 야심을 숨긴 최명길, 대놓고 야욕을 내보이는 조재현, 악역인데 안쓰러운 느낌마저 유발하는 박혁권은 물론이고, 김래원은 한동안 잊혀졌던 자신의 연기력을 맘껏 펼쳐내보이고 있다. 향후 전개에선 그동안 별 활약이 없었던 김아중의 변신도 기대된다.
'킬미 힐미'는 어려운 소재인 다중인격을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물론 다중인격을 앓고 있는 주인공의 고뇌와 재벌가 파워게임 등이 그려지긴 하지만, 드라마는 지성과 황정음의 케미에 집중하면서 부담감을 대폭 줄였다.
특히 지성의 변신이 놀랍다. 유약한 남자에서 거친 남자로 변하는 것까지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더라도 극이 진행되면서 자살 충동을 가진 학생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꺼내들고 있다. 포인트는 이 모두 사랑스럽게 잘 소화가 되고 있다는 것. 28일 방송에서는 핑크색 교복을 입은 사생팬으로까지 변신을 강행한다. 지성의 원맨쇼가 어색하지 않은 건 황정음이 매우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 그는 정극과 시트콤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톤으로 드라마가 어색할 틈을 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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