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족집게] 박경훈이 콕 집은 '사커루 포획법'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1.29 05: 40

"발이 느린 중앙 수비수 뒷공간으로 침투 패스를 넣어라."
박경훈(54)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통해 SBS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호주와 아랍에미리트(UAE)의 4강전이 열린 뉴캐슬 스타디움서 매의 눈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박 감독은 1988년 아시안컵을 회상하며 27년 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슈틸리케호의 결승 진출 전 대표팀의 마지막 아시안컵 결승행을 함께했던 멤버다. 당시 박 감독은 김주성, 황보관, 변병주, 이태호, 황선홍, 최강희 등과 함께 신구 조화를 이루며 최강 팀을 구축했다. 이 황금 세대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참가한 뒤 그 해 서울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년 뒤 아시안컵서 정상에 한 계단을 남겨두고 미끄러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 혈투 끝에 3-4로 석패했다. 27년 전 준우승에 한 맺힌 박 감독이 55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슈틸리케호를 위해 호주의 치명적인 약점을 공개했다.
 
'개최국' 호주는 이번 대회 0순위 우승후보다. 공수 짜임새가 탄탄하다. 총 5경기서 12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개인과 부분 전술도 빈 틈이 없다. 압박과 점유, 스피드와 파워를 모두 겸비했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까지 등에 업었다. 의심의 여지 없는 우승후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6일 결승행을 확정지은 뒤 "호주는 이번 대회서 전술적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준비가 잘되어 있는 팀"이라며 "개개인이 무슨 역할을 해야할 지 알고 있고, 전술적으로도 상당히 훌륭한 팀"이라고 경계했다. 호주와 UAE의 4강전을 직관한 뒤엔 "호주의 제공권이 훌륭했다. 호흡을 오래 맞춰서 그런지 각자 포지션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박경훈 감독도 호주의 전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호주의 첫 경기를 보면서 현대 축구의 흐름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 생각했다. 현대 축구의 흐름에 가장 적합한 팀이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인데 호주도 그런 축구를 한다"면서 "스피드와 파워가 있고, 패스와 조직력도 좋다.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데 결국 결승까지 올라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음 말이 더 중요했다. 박 감독은 "호주도 분명 약점이 있다. 압박을 할 때 전후방과 좌우 거리가 컴팩트하다. 이를 부수기 위해서는 넓게 서서 첫 번째, 두 번째 패스 이후 반대로 전환을 해서 측면을 공력해야 한다"면서 "호주의 4강전을 보니 센터백 두 명, 특히 매튜 스피라노비치가 굉장히 느리다. 그의 뒷공간으로 침투 패스가 들어간다면 분명히 찬스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을 건넸다.
호주의 중앙 수비진은 4강전서 UAE 공격수들의 빠른 스피드에 몇 차례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전 중앙 수비수인 스피라노비치의 느린 스피드 때문이다. 스피라노비치는 188cm의 제공권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손흥민 남태희 이근호 한교원 등 2선 공격수들이 날카로운 스루 패스와 빠른 침투로 스피라노비치의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31일 오후 6시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우승컵을 놓고 호주와 자웅을 겨룬다. 27년 만에 결승행 꿈을 이룬 대표팀은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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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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