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술이 본 ‘제2의 김태술’ 김기윤 가능성?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1.29 06: 28

'어라? 김태술은 KCC로 가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저기 있는데?'
실제로 헷갈릴 정도로 둘은 닮았다. ‘제2의 김태술’로 불린 김기윤(23, KGC)이 정말로 대선배 김태술(31, KCC)을 만났다. 심지어 두 선수는 경기 내내 맞대결을 펼쳤다. 승자는 김태술이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8일 오후 7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전주 KCC에게 63-72로 졌다. 3연패를 끊은 9위 KCC(11승 29패)는 8위 KGC(15승 25패)와의 승차를 4경기로 좁혔다.

이동남 KGC 감독대행은 신인가드 김기윤에게 특명을 줬다. 바로 친정팀을 처음 방문한 김태술을 막으라는 것. 선발로 투입된 김기윤은 연세대 8년 선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노련미로 무장한 김태술도 패기로 밀어붙이는 후배에게 다소 부담감을 느낄 법 했다. 김기윤은 24분을 뛰며 10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선배 김태술(11점, 8어시스트)의 완숙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신인다운 끈질김이 돋보였다.
경기 후 김태술에게 후배 김기윤의 평가를 부탁했다. 워낙 외모부터 출신학교, 플레이스타일까지 닮은꼴이란 소리를 많이 듣던 후배다. 김태술도 틈만 나면 연세대를 찾아 김기윤의 플레이를 자주 관전했었다. 김태술은 “오늘 감독님에게 날 막으라는 특명을 받은 것 같더라. 너무 맘먹고 들어와서 거칠게 달라붙었다. 자기 할 것을 하는걸 보니 능력이 있는 선수다. 더 능력을 키운다면 나보다 나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수도 두 손이 맞장구를 쳐야 소리가 난다. 포인트가드 혼자 아무리 패스가 좋아도 소용이 없다. 동료들이 제 때 뛰어주고 찬스를 살려야 패스도 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KGC는 가드에게 최고의 팀이다. 포스트업과 리바운드, 스크린을 담당하는 오세근, 궂은일을 도맡는 양희종, 돌파에 능한 이정현, 슈터 강병현, 장신가드 박찬희가 버티고 있다. 가드입장에서 누구에게 패스를 줘야 할지 행복한 고민이다.
지난 시즌까지 KGC를 이끈 김태술은 팀 사정에 가장 밝은 인물이다. 김태술은 “김기윤이 아직 프로에 와서 해야 될 것 많이 있다. 그 친구의 제일 좋은 조건은 주변에 정말 좋은 선수들이 있기에 자기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 슛, 수비, 다 잘하는 선수가 많아서 보고만 있어도 배울 것이 많을 것이다. 노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안양을 이끄는 야전사령관 될 것”이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김기윤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KGC는 모든 포지션이 프로농구 최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정현까지 전역한마당에 ‘선수가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KGC는 김태술이 했던 코트 위 리더 역할을 대신할 선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김기윤이 김태술의 외모만이 아닌, 실력까지 닮은 선수가 된다면 KGC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김기윤의 성장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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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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