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숙소를 따로 쓴다.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훈련장 바로 옆에 위치한 숙소인데, 어차피 바로 옆건물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같은 건물을 쓰면 선수들이 쉴 때에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그래도 넥센 선수들은 자유롭게 코칭스태프가 있는 바로 옆 호텔에 드나든다. 특히 염경엽 감독이 머무는 '103호'는 항상 열려있다. 염 감독 방에는 한국 과자와 라면이 산더미같이 가득하다. 게다가 염 감독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지만, 냉장고에 음료와 맥주를 꽉 채워놨다.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가 언제든 드나들며 마음 편하게 먹도로 배려한 것이다.
특히 염 감독의 라면 끓이는 솜씨는 일품. 코치들 중에는 염 감독이 끓여준 라면을 먹지 않은 이가 없다고 한다. 염 감독은 "대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결혼 전까지 10년 넘게 자취를 했었기 때문에 라면 끓이는 것 정도는 자신있다"며 기자들을 방으로 초대했다.

염 감독이 선보인 라면은 김치 라면. 우동 라면에 김치를 듬뿍 넣어서 끓인 라면이었다. 큰 냄비에 라면 6개를 한꺼번에 끓였는데, 기자들에게 "조금씩 덜어 먹으면 라면이 금방 불어버리니 먹을 수 있는 만큼 한꺼번에 많이 덜어가라"고 세심하게 주문까지 했다. 염 감독이 자신했던 것만큼 라면 맛도 일품이었다.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나니 그제야 염 감독 방이 보였다. 염 감독의 책상 위에는 야구와 관련된 자료들로 가득했다. 작년 팀별 경기 분석표를 보던 중이었는지 책상 위에 있었고, 넥센의 2015년 시범경기 일정표 역시 있었다. 염 감독은 "올해도 시범경기는 5할 승률이 목표다. 너무 잘해도, 너무 못해도 문제"라고 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염 감독은 취임 후 하루 평균 5시간씩만 잠을 자고 있다. "코치때야 하루 10시간씩 자도 상관이 없었다. 그렇지만 감독이 되고나니 고민도 많고 할 일도 너무 많다"는 게 염 감독의 설명. 따로 운동할 시간조차 없는 염 감독은 대신 영양제와 공진단을 철저하게 챙겨 먹는다.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영양제 종류만 8가지다.
그리고 인쇄해서 제본한 스프링노트 한 권이 보였다. 염 감독은 "노무라 감독이 쓴 책을 직접 번역한 것이다.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아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김성근 감독님이 하시는 야구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가 궁리를 거듭한 끝에 했던 작전도, 이 책을 보면 이미 노무라 감독이 10년도 더 전에 썼던 수"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이 보는 올해 프로야구는 어떨까. 그는 "압도적인 팀을 없을 것 같다. 삼성과 SK가 팀이 참 좋아 보인다"고 했다. 낮에 "올해 우승을 하려면 90승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던 염 감독은 넥센 이야기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염 감독이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 대접받은 게 미안해서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염 감독은 "손님이니 그냥 가만히 계시라"며 싱크대 앞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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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아(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