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난다. 사람은 역시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한화가 지난 28일 자체 홍백전을 갖고 본격적인 실전 경기에 들어갔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 중 하나가 바로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39)이었다. 백팀 2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한 그는 1회 시작부터 중견수 방면 그라운드 홈런으로 포문을 연 뒤 6회에도 좌측 2루타로 2안타 2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LG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린 권용관은 LG-SK 시절 인연을 맺은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한화에 새둥지를 텄다.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막판부터 합류한 권용관은 12월에도 서산에서 어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일찌감치 몸을 만들었다. 캠프 초반부터 컨디션이 아주 좋다.

그는 "서산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훈련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었다. 그런데 되더라. 역시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같다"며 "2011년 SK 시절 이후로 다시 고치에 왔다. 그때랑 감독님은 달라진 게 없다. 훈련의 양은 비슷한데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성근 감독은 "유격수 자리에 마땅한 선수가 없는데 권용관을 잘 데려온 것 같다"고 말한다. 임수민 수비코치도 "경험 많은 권용관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어 훈련 분위기도 살아난다"고 칭찬했다. 강경학·박한결·조정원 등 어린 후배들과 같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경쟁하며 모범이 되어주는 모습이다.
권용관은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다 보니 나도 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난다"며 웃은 뒤 "내가 갖고 있는 풋워크와 수비 자세, 경기 때 상황과 타자에 따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준다. 내가 잘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후배들이 많이 뺏어갔으면 한다. 이제 우리는 한 팀이고, 같이 가야만 팀이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한화 캠프이지만 불혹의 권용관은 웃는 낯으로 즐겁게 임하고 있다. "재미있다. 어차피 하는 것, 즐겁게 하는 것이 더 도움 되고 능률이 생긴다"는 게 권용관의 말이다. 그는 "한화에 몇 년 있었던 것 같다. (김)태균이에게도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기존 한화 후배들이 너무 잘 대해준다. 아무리 고참이라도 새로운 팀이 오면 낯설다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친근감이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팀에는 조인성·임경완 등 불혹의 베테랑들이 많다. 파트별로 달라서 얘기할 시간은 많지 않지만 틈틈이 서로 격려하며 더 챙겨주려 한다"며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다. 그래야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고참이 잘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로 책임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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