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봇’ 장수원의 ‘발연기’ 파장이 여전하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는 대사만 들어도 웃음이 나올 듯 하다. 분명히 연기 잘하는 배우 현빈이 한 대사인데 장수원의 어색한 목소리가 곁들어져서 들린 것. 이 정도면 안방극장이 새롭게 탑재한 '자동 음성지원' 기능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3회는 2회에 이어 이중인격 로빈이 5년 만에 발현돼 당황스러운 구서진(현빈 분)과 서진과 로빈이 쌍둥이라고 알고 있는 장하나(한지민 분)의 혼란이 담겼다.
하나가 위험한 순간에 주위 사람을 돕는 성격을 가진 로빈이 나타나는 서진. 친절한 로빈은 하나가 다칠 뻔한 위기를 넘긴 후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며 하나를 챙긴다. 무의식 중에 로빈이 나오지 않게 그동안 수양에 가까운 절제된 생활을 했던 서진의 노력이 안타깝게 산산조각 나는 이 순간, 들리는 대사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예상 외로 드라마의 재미를 높였다.

드라마의 의도와 관계 없이 안방극장을 그야말로 ‘충격’에 몰아넣었던 KBS 2TV ‘사랑과 전쟁’ 장수원의 연기가 생각났기 때문. 지금이야 장수원의 ‘발연기’가 ‘웃음 캐릭터’로 변조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방송 당시는 충격에 가까웠다. 이틀 동안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장수원 발연기’, ‘장수원’이 떡하니 자리잡았기 때문. 그리고 안방극장에 뇌리에 꽂혔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극중 주인공이 “괜찮아요?”라고 물으면 자신도 모르게 “많이 놀랐죠?”라는 말을 읊조리게 만드는 ‘요상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국어책을 읽는 듯한 무미건조한 말투로 로맨스 기운이 풍겨야 하는 순간을 망쳐버린 장면과 겹쳐졌다. 이번 ‘하이드 지킬, 나’ 역시 그랬다. 현빈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달달한 목소리에도 그 대사를 내뱉는 순간 장수원이 떠올랐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장수원의 ‘발연기’ 나비효과가 재밌다는 반응. 장수원은 그 논란의 사건을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패러디 드라마인 tvN ‘미생물’에도 출연해 로봇 연기를 했고, 예능프로그램 게스트로도 줄줄이 출연 중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연기 잘하는 현빈의 로맨스 연기 순간마저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jmpyo@osen.co.kr
MBC,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