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젠(Tizen)'을 통해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심을 삼성전자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좀더 현실적인 예를 들면 세계의 축이 되고 있는 모바일 OS의 경우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로 편재되어 있는 세계에 삼성전자 주도의 '타이젠'으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이는 곧 IoT(사물인터넷)의 대표주자에 삼성전자의 이름을 올리겠다는 야망이기도 하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타이젠을 IoT의 핵심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IoT 시대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물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지능형 기술이나 서비스를 말하는 미래 핵심사업이다. 결국 타이젠이 삼성전자를 계속 세계 속에서 선두주자로 머물게 하는 단초가 되는 셈이다.
▲ 최고 혹은 최악...최선은 공존?

삼성이 바라는 최고 시나리오는 단연 타이젠의 세계 시장 석권이다. 타이젠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것은 단연 현재 삼성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다. 삼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모든 기기에 타이젠이 탑재될 경우 좋든 싫든 자연스럽게 '타이젠 생태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실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상용화 계획이 잇따라 늦춰지면서 회의론이 불거졌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타이젠 진영에 합류했던 통신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삼성으로서는 떠올리기 싫지만 지난 2009년 시작했으나 결국 2012년 타이젠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었던 '바다'의 궤에 놓일 수도 있다.
실제 인도에서 들리고 있는 첫 타이젠폰 '삼성 Z1'에 대한 반응은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깝다. 삼성 Z1이 저가폰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돈으로 더 높은 사양의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외신들 역시 '삼성 Z1'에 대한 신통치 않은 반응을 전하고 있다. 이는 타이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안드로이드, iOS와 함께 당당히 OS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일 것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가 CES 2015 기조연설에서 "5년 안에 출시하는 모든 기기를 IoT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타이젠의 중요성과 집중할 뜻을 역설했다.
분명한 것은 삼성은 OS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도 있는 잠재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공식블로그에는 "지난해 6억 6500만개의 기기를 판매했는데 이는 앞으로 타이젠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강조한 글을 볼 수가 있다. 아직 보여준 것이 별로 없고 시작 단계에 불과한 타이젠이지만 일단 불 붙기 시작하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수 있다. 분명 OS 시장 나아가 IoT 시장에 분명한 존재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본격 행보, 결국 안정성이 문제
삼성전자가 여전히 구글 환경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은 타이젠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만큼 타이젠의 존재는 아직 미미하다. 행보도 느긋한 모습이었다.
지난 2011년 9월 리눅스재단과 함께 시작한 타이젠이 첫 선을 보인 기기는 카메라였다. 삼성전자는 2013년 5월 출시한 NX300, NX2000에 타이젠을 탑재했다. 이후 삼성은 작년 2월 '갤럭시 기어2'로 시작해 웨어러블 기기에 타이젠을 적용해 가고 있다. 하지만 역시 별다른 임팩트가 없다.
삼성은 올해 분명 행보가 빨라졌다. 타이젠 OS의 테스트 베드로 인도를 선택, 'Z1'을 출시했다. 이와 함께 타이젠 전용 앱스토어에는 웨어러블 기기용을 포함 4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1월 열린 CES2015에서는 2015년형 삼성 스마트 TV 전 라인업을 타이젠 기반으로 내놓을 것이라 선언했다. 2020년까지 출시하는 모든 기기를 IoT화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밝혔다.
삼성이 자동차 포함 전자기기를 통해 타이젠의 세계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점은 애플, 구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강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탄탄하고 안정적인 타이젠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달릴 수밖에 없다. 역으로 불안정한 OS는 자칫 삼성 제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은 좋지만 OS 때문에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으로서는 얼마나 안정적인 타이젠을 구축하느냐가 최대 현안이 될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