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차 마시며, 카페를 느끼라”는 볼보자동차, 사람냄새 물씬한 역설의 경제학
OSEN 최은주 기자
발행 2015.01.30 07: 40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남들이 빨리 큰 것이다.” 볼보자동차의 브랜드 카페&라운지 미디어 초청 행사에 참석한 이윤모 볼보자동차 대표가 한 말이다. 볼보자동차는 지난해 51.8%의 성장세를 기록했고, 올해를 누구보다 남다르게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런 ‘엄살’을 떨었다. 역설적 수사를 사용한 농섞인 이 대표의 목소리에서는 그러나 커다란 기대감과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27일 볼보자동차는 가로수길에 오픈한 브랜드 카페&라운지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에서 국내 언론진을 초청해 스웨덴의 오후 티타임 문화 ‘피카’를 접하는 시간을 가졌다.
볼보자동차 측에서는 사전에 이번 행사에 관해 “자유롭게 차를 마시고, 카페를 느끼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해 7월 새롭게 부임한 신임 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행사에서 기자들과 마주하게 돼 취재열기는 뜨겁다 못해 살벌한 정도였다.

기자들은 순식간에 이 대표를 에워쌌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분위기에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바로 특유의 여유로움을 되찾고, 볼보자동차의 청양해 남다른 의지를 피력했다.
▲ 청양해, 볼보자동차의 도약을 위한 해
올해는 볼보자동차에게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때다. 1만 대 클럽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볼보자동차는 올 한해 무엇보다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이를 위해 본사 승인을 받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마케팅&홍보 인력도 채용했다.
볼보자동차는 ‘안전’으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안전만’ 챙긴다는 오해로, 젊은 층을 비롯해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그는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할 때 우리 브랜드를 후보로 고려조차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세가 뚜렷한 수입차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볼보자동차는 다른 브랜드를 모방하는 것 보다는 최근 국내 시장에 불고 있는 북유럽 감성에 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번에 가로수길에 ‘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으로 명명된 브랜드 카페&라운지를 마련했고, 앱솔루트, 카페 ‘피카’ 등 한국에 진출해 있는 스웨덴 브랜드들이 함께 참여하게 됐다. 보다 친숙하고, 감성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다.
볼보자동차는 타사, 특히 독일 브랜드에 비해 디자인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으며 젊은 층보다는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60%가 ‘V40’ ‘S60’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모델에 집중 돼 있다고 한다. 구매층도 주로 30∼40대.
또 다른 볼보자동차 관계자는 “젊은 측이 선호하는 해치백 ‘V40’과 스포츠 세단 ‘S60’의 판매량이 그 동안 브랜드 판매를 견인해왔던 대형 세단 ‘S80’과 맞먹을 정도였다”며 “작년 12월에 ‘S60’이 제고가 없어 1대 판매됐는데, 물량만 확보됐다면 ‘S80’의 판매량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16년, 신차 2종으로 1만 대 클럽 진입
 
볼보자동차는 올해 브랜드를 알리고, 내년에 ‘XC90’과 ‘S80’ 후속 모델인 ‘S90’을 선보여 판매량 증가에 탄력을 가할 계획이다. ‘XC90’의 출시가 미국과 유럽, 중국 시장보다 늦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한 번에 보다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고, 큰 시장과 함께 출시하게 되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이는 결국 고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두 모델, 특히 ‘S90’에 대해 “제품력으로는 독일 차들과 견줄만하다”며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기대와 자신감은 볼보자동차의 철학에서 나왔다. 볼보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차를 운전하는 것도, 맞닥뜨리는 것도 사람이다.
그래서 볼보는 약 830억 원을 투자, 2020년까지 자사 차량 이용 시 중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볼보는 본사 근처에서 스웨덴의 고텐버그 외곽 숲까지 이어지는 ‘아스타제로’라는 시험장을 만들었으며 이곳은 25만 제곱미터의 포장도로, 3.5마일의 고속도로 등 실제 주행 환경과 동일하게 제작됐다.
이 대표에 따르면 스타일과 성능도 놓치지 않았다. “좋은 아빠도 되고 싶지만 때로는 멋진 오빠도 되고 싶은 게 남자의 마음”이라며 볼보의 모델들도 타 업체들의 차량 못지 않게 세련된 디자인과 폭발적인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안전과 효율은 기본으로 챙기면서 말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수입차의 급증’이나 연일 들려오는 수입차의 득세와 가파른 성장세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가장 중요시하는 볼보자동차가 본격적인 날갯짓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과연 얼마나 높이 날아오를 지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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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우스 오브 스웨덴./ 볼보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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