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렐라' 이정협(24, 상주)이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주목하고 있다.
이정협은 2015 AFC 아시안컵이 낳은 깜짝 스타다. 슈틸리케 감독이 발견한 보물이다. 이동국 김신욱(이상 부상)과 부진이 길어진 박주영을 대신해 슈틸리케호의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낙점을 받았다.
'도박'이라는 편견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힘찬 날갯짓을 했다. A매치 6경기서 3골 1도움을 올렸다. 선발 3경기, 교체 3경기를 오가며 310분 동안 기록한 특급 활약이다.

이정협은 지난 17일 호주와 조별리그 3차전서 중대한 결승골을 뽑아냈다. 전반 중반 이근호의 땅볼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며 결승골로 연결했다. 남다른 집중력과 위치 선정이 만들어낸 기가 막힌 골이었다.
이라크와 4강전서 재현됐다. 전반 중반 김진수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올라오자 이정협은 수비수 한 명을 달고 번쩍 솟구쳐 올랐다. 정확한 헤딩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한국은 2-0으로 승리하며 27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다.
활약이 이쯤 되니 AFC도 결승 무대를 빛낼 주요 선수로 이정협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호주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지난 29일 이정협의 사진이 나와 있는 AFC의 아시안컵 결승 포스터를 한 켠에 실었다. 당초 AFC는 공식 가이드북에 한국의 주요 선수로 손흥민(레버쿠젠)과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사진을 내건 바 있다. 이정협의 얼굴이 추가됐다. 이 신문에 나와 있는 포스터에는 '캡틴' 기성용과 태극마크를 달고 은퇴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차두리(서울)와 함께 이정협의 사진이 당당히 실려 있다.
AFC는 공식 페이스북엔 이정협의 얼굴을 더 크게 내걸었다. 이정협은 기성용과 함께 한국의 주요 선수로 결승 포스터에 등장했다. 호주의 대표 선수인 팀 케이힐과 마크 밀리건이 반대편에 있는 걸 감안한다면 이정협의 새삼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이정협은 지난 28일 이에 대해 "운좋게 골을 넣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의치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며 팀을 위해 희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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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 공식 페이스북 캡처(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