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 아픔을 겪었던 대선배들이 안팎에서 슈틸리케호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경훈(54)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통해 SBS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호주 ㅅ시드니 모처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 감독은 제법 진지하게 슈틸리케호를 얘기했다. 지난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우승 멤버인 박 감독은 후배들이 27년 전 아쉬움을 깨끗이 떨쳐주길 바랐을 터다.
박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이 내용과 수비에 중점을 두고 선수들에게 자신의 축구 철학을 입히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슈틸리케 감독 휘하 대표팀을 높이 평가했다.

박 감독은 "슈틸리케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점점 좋아질 것이다. 설사 결승서 지더라도 엄청난 발전과 함께 자신감을 가질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게 신뢰인데 결승 진출을 통해 감독이 선수를 신뢰하고, 선수도 감독을 신뢰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번 대회서 얻은 수확 중 하나다. 만약 8강서 떨어졌다면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는 더욱 침체기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우승을 한 번 하게 되면 선수들의 기량은 정말 크게 발전한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한 번 우승을 했었는데 2번째, 3번째 대회서도 연달아 우승했었다. 선수들도 '나는 아시아 최고의 국가대표 선수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일본도 세계 무대에서도 강해진 이유가 아시안컵서 우승하면서 프라이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번 대회서 우승을 한다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A대표팀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과 함께 준우승의 아쉬움을 삼켰던 김봉수 A대표팀 골키퍼 코치도 27년 전의 아쉬움을 곱씹으며 후배들의 우승을 간절히 기원했다. 김 코치는 고려대학교 1학년 시절이던 18살에 막내 신분으로 1988년 대회에 참가했다. 주전 골키퍼 조병득에 비해 무려 13살이 어렸다. 27년 만에 결승 무대에 나선다. 이번엔 선수가 아닌 코치다.
지난 28일 시드니 코가라 오벌에서 열린 김 코치는 "감회가 새롭다. 선수 때는 어려서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다. 국가대표로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코치로서 와 닿는 게 더 많다. 지금 더 간절하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대회다. 코치로서 결승까지 왔다. 운명인지 숙명인지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다"면서 "(김)진현이가 잘해주고 있다. (김)승규와 (정)성룡이도 뒤에서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다. 그걸 보면서 '한국 골키퍼들이 많이 성숙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치로서 고맙다. 승규와 성룡이가 오히려 파이팅이 넘친다"며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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