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진수-차두리.'
박경훈(54)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통해 SBS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호주 시드니 모처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 감독은 제법 진지하게 슈틸리케호를 얘기했다. 지난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우승 멤버인 박 감독은 후배들이 27년 전 아쉬움을 깨끗이 떨쳐주길 바랐을 터다.

박 감독이 바라본 손흥민(레버쿠젠)과 김진수(이상 23, 호펜하임)는 어땠을까. 둘은 이번 대회서 제2의 박지성-이영표로 떠오른 주인공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하는 둘은 대표팀 막내임에도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손흥민은 감기 몸살로 조별리그 내내 고전하다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서 2골을 터트리며 부활했다. 김진수는 슈틸리케호에서 유일한 풀타임 출전자다. 5경기서 480분을 뛰며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우즈벡전과 지난 26일 이라크와 4강전서 귀중한 2도움을 기록했다. 눈부신 공수 활약이었다.
박 감독은 '사커루' 호주를 잡을 비책으로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 축구에서 제일 중요한 포지션은 풀백이라 생각한다. 모든 팀들이 중앙 수비를 엄청 두텁게 한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포백라인 간격이 7~8m에 불과하다. 우리가 이를 깨려면 측면을 공략해야 한다. 호주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측면을 노릴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풀백 자원인 김진수 차두리(35, 서울) 김창수(30, 가시와 레이솔)가 중요하다"고 콕 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김진수는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향후 정말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롱스로인이라는 무서운 무기도 갖고 있다. 27살 정도가 되면 시야, 체력, 정신력 등이 전성기에 다다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절정의 기량을 뽐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과 중앙에 의존한 그의 플레이가 조금 아쉽다고 했다. 그는 "손흥민이 대부분 안으로 들어와서 플레이 하는데 그러지 말고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상대 측면 수비수를 흔들어야 한다. 풀백의 오버래핑은 타이밍을 통해 상대를 허물어야 한다. 손흥민이 안에 있고 김진수가 윙어 역할을 하면 상대가 미리 알고 마크를 한다"면서 "하지만 손흥민이 측면에서 벌려 있을 때 김진수가 순간적으로 오버래핑을 하면 상대 수비는 흩어질 수밖에 없다. 손흥민의 특기인 측면에서 안으로 치고 들어온 뒤 슈팅은 그럴 때 나온다. 이번 대회선 그런 모습이 안나와 아쉬웠다. 수비가 밀집된 중앙에 있으니 압박을 당했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인 만큼 무언갈 보여줘야 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커서 그런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윙어는 넓게 벌려 있다가 측면을 파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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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좌)-김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