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정기’ 정초신 감독, 인테리어 디렉터 변신 “영화계와 왜 이리 닮았니?”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01.30 08: 20

“어쩌면 그렇게 영화 현장하고 똑 같은지…. 열정 하나로 덤볐더니 전혀 낯설지 않았어요.”
영화 ‘몽정기’ 시리즈로 유명한 정초신 감독(53)이 인테리어 디렉터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호기심 덩어리’로 묘사 되는 ‘몽정기’를 명랑하고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해, 세대를 아우르는 솔직한 소통을 시도했던 그다. 이랬던 작품 세계에 비춰보면 영화가 아닌, 그 어떤 영역에서도 잘 적응할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인테리어 디렉터? 변신의 범주를 아무리 넓게 잡아도 영화 감독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영역을 바로 연결짓기는 쉽지가 않았다. 연관성이 간단히 떠오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풀어놓는 ‘그 바닥 이야기’들은 정초신 감독이 평생 몸 담았던 영화계와 한 뿌리에서 솟아 난 두 가지처럼 닮아 있다.  
‘몽정기’ 시리즈를 비롯해 그가 연출한 영화에 양념처럼 실루엣을 드러냈던 정초신 감독은 현재의 상황을 ‘전업(轉業)’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연출자’ 겸 ‘배우’에서 ‘인테리어 디렉터’라는 명함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정 감독은 현재 ‘공간연출’이라는 인테리어업체의 본부장 명함을 갖고 있다.
정초신 감독으로 하여금 영화와 인테리어 업계를 거부 반응 없이 연결시킨 뉴런(신경세포체)은 ‘열정’과 ‘감각’이다. 열정과 감각은 열악한 대한민국 영화계를 떠받치는 가장 큰 지지기반인데,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도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한다.
“요즘 열정페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있죠? 영화계도 ‘열정페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데 아닙니까? 영화 감독이 직업이라는 말은 ‘무직’이라는 말과 동의어죠. 95년 영화계 입문 이후 이런 환경은 변하지 않았어요. 4대 보험이 되나요? 어림도 없어요.”
영화계 스태프는 예나 지금이나 ‘열정’ 하나로 버틴다. 일이 없을 때를 대비해 생업을 따로 가져야 하는데 그 생업도 언제든 프로젝트가 생기면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업종이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4대보험의 안전망은 애초에 꿈도 꾸지 못한다.
불행히도 ‘직업이 있지만 직장은 없는’ 상황은 인테리어 업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정 본부장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나 맡으면 한두 달 집을 비우는 건 예사에요. 공사를 발주하면 디자이너에서부터 도배, 페인트, 목공 전문가들이 영화 스태프 모이듯이 모여들어요. 각자 분야에서는 다들 일인자들이라 자존심들이 무척 세죠. 다양하게 쏟아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누군가가 모으고, 조율하고, 때로는 이끌어나가야 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그렇습니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하루 작업이 끝나고 나면 뒷청소는 제가 해야 하는 거죠. 허허”라며 웃는다.
열정이야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고 치고, 감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대학생’ 정초신의 전공이 이를 말해 준다. 정 본부장은 애초 중앙대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물론 토목공학과에서 졸업장을 따지는 못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한양대 연극영화과로 방향을 튼다. 이어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이론을 공부했고, USC(남가주대학교)에서 영화 제작-연출을 공부했다. 영화 감독 정초신이 자신의 작품세계에서 실현한 감각적인 영상들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그의 이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인테리어 디렉터로서의 정초신 본부장의 경쟁력은 ‘상상력’과 ‘통제력’이다. 오래 몸담은 영화계에서 얻어 온 경쟁력이지만 인테리어업계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미덕이 됐다.
그의 손을 거쳐 다듬어진 인테리어 현장도 꽤 쌓였다. 강남역 마이더스치과, 김포서연 성형외과, 도꼬돈카츠 국민점, 역삼동 일식집 이수사, 파주 카페 바그다드커피 등 10여 곳이 정초신 본부장의 손을 거쳐 새 얼굴을 갖춘 공간들이다.
정 본부장의 작업들에는 빛과 색, 그리고 입체감이 단연 눈에 띈다. 배경 색깔을 공간에 맞게 산뜻하게 처리했고, 그 배경색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적재적소에 위치한 조명들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실내 장식들이 입체감을 더한다. 다분히 ‘영화적’이다. 영화 스크린에서의 앵글이 실내외 장식으로 형상화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 감독’ 정초신의 행보도 곧 재개 될 눈치다. ‘정초신 영화’의 상징적인 작품인 ‘몽정기’ 3편을 구상하고 있었다. 2002년 시작 된 ‘몽정기’ 시리즈는 2005년 2편이 나온 뒤 ‘완결판’의 여지를 항상 열어두고 있었다. 정초신 감독은 “그 후 10년, 세월의 단절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 작가를 아주 최근에 만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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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디렉터로 변신한 정초신 감독. 중간 사진은 정초신 감독이 작업한 인테리어 현장들.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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