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두 가지 인격을 연기하는 현빈의 ‘여심 포위망’은 너무 넓었다. 차갑지만 따뜻한 면모가 느껴지는 구서진, 엄청나게 달달한 남자 로빈으로 여자들의 취향을 전부 저격해버렸다.
현빈은 현재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 해리성 인격장애로 인해 두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는 서진을 연기 중이다. 제 2의 인격인 로빈을 제어하기 위해 철저하게 절제된 삶을 사는 서진은 까칠하고 차가운 성격. 허나 장하나(한지민 분)가 로빈 출현에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하면서 조금씩 가슴 깊숙이 숨겨놨던 따스한 면이 나오고 있다.
이 드라마는 ‘그들이 사는 세상’, ‘시크릿가든’을 통해 일약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으로 등극한 현빈이 매력적인 두 인격을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받았던 작품. 잘생기면서도 신비감이 있는 얼굴, 훤칠한 키가 그의 외적인 매력이라면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탄탄한 연기가 내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빈은 두 가지 인격이 가진 ‘여심 저격 지점’을 정확히 분석, 이를 드라마 안에 녹이는데 성공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4회는 두 명인 듯 두 명 아닌 두 명 같은 현빈이 서진과 로빈을 마치 진짜 다른 사람처럼 완벽히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하나를 짐처럼 여길 수밖에 없는 서진과 하나의 존재 자체가 고마운 로빈이 각각 하나를 대하는 행동이 달랐다. 로빈은 하나와 서진의 뒷담화를 하며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서진은 하나를 미국으로 보내기 위한 작업을 착수한 후 미안한 마음에 눈 오는 날 우산을 받쳐주는 의외의 자상함을 비쳤다.
이 두 장면은 하나가 서진과 로빈이라는 한 남자의 두 인격과 동시에 사랑에 빠지는 결정적인 계기라 할 수 있다. 현빈은 별다른 분장 없이도 섬세한 표정만으로도 두 인격에 완벽한 차별화에 성공한 동시에, 극과 극 매력을 가진 두 인격의 멋스러움을 시청자들에게 훌륭히 전달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취향에 따라 서진 혹은 로빈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언제 그 인격이 나올까 기대를 하는 재미가 있다. 그야말로 각기 다른 취향을 모두 저격할 수 있는 현빈이어서 가능한 능력이다. 현빈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높은 기대를 받는 것은 이런 빼어난 연기와 함께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놀라운 흡인력 때문.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이라는 별명은 그냥 고스톱을 쳐서 딴 게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얼굴 되지, 연기 되지, 거기에 흥행성(물론 이 드라마는 현재 시청률은 낮지만 광고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화제성만큼은 독보적이다)까지 갖춘 큰 약점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로빈을 연기할 때 현빈의 미소 가득한 눈웃음과 서진을 연기할 때 아련한 슬픔이 담긴 눈빛은 여성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과 한지민의 로맨스가 본격화되면서, 극의 흥미가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이 4회를 기점으로 다른 드라마 같다는 호평을 보내고 있는 것도 초반 캐릭터 설명과 해리성 인격장애라는 이야기의 주요 얼개를 설명하느라 시간을 썼기 때문. 이제 진짜 이야기인 로맨스가 시작된 이 드라마가 준비 기간을 깔끔히 마치고 역전을 위해 가열차게 달려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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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지킬, 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