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제너레이션(ROO-GENERATION).'
한국 축구대표팀에 손흥민, 남태희, 김진수, 김진현 등 뉴 제너레이션이 있다면 사커루(사커+캥거루의 합성어) 호주 대표팀엔 '루-제너레이션'이 있다. 한국과 호주는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6시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015 AFC 아시안컵 우승컵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호주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30일 '루-제너레이션'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축구 섹션 탑으로 내걸었다. 마크 슈워처(43, 레스터시티), 루카스 닐(37, 오미야), 사샤 오그네노브스키(36, 시드니 FC), 데이빗 카르니(32, 뉴욕 레드불스), 브렛 홀맨(31, 아스톤 빌라), 아치 톰프슨(37, 멜버른 빅토리) 등 노장들의 시대가 가고 매트 라이언(23, 클럽 브뤼헤), 매슈 스피라노비치(27, 웨스턴 시드니), 트렌트 세인즈버리(24, 즈볼러), 제이슨 데이비슨(24, 웨스트브로미치), 마시오 루옹고(23, 스윈든타운), 매튜 레키(24, 잉골슈타트) 등 뉴 제너레이션의 도래를 주목했다.

호주 대표팀은 지난 2013년 10월 홀거 오지크 감독을 해임하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호주는 지난 2013년 7월 일본(2-3)과 중국(3-4)에 패한 데 이어 9월과 10월 브라질과 프랑스에 연이어 0-6으로 대패를 당하며 수모를 겪었다.
이 매체는 "오지크 감독의 부족한 선견지명은 슈워처, 닐, 브렛 홀맨, 루크 윌크셔 등 사커루 레전드들의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의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몇 개월 안에 슈워처와 홀먼이 은퇴했고, 닐과 윌크셔 또한 대표팀에 소집이 되지 않았다"며 수비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세대교체를 단행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시작은 유쾌하지 못했다. 그 해 11월 코스타리카를 1-0으로 물리쳤지만 이후 에콰도르,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로아티아, 벨기에 등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상대로 7경기 연속 무승(1무 6패)에 시달리며 혹독한 부임 초기를 보냈다. 무승 기간 동안에는 2014 브라질 월드컵서 칠레, 네덜란드, 스페인과 한 조에 속해 3전 전패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아시안컵은 포스테코글루의 세대교체와 그가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가 빛을 본 무대다. 호주는 이번 대회 5경기서 12득점 2실점을 기록했다. 공수에 빈 틈이 없다. 점유, 압박, 힘, 스피드를 모두 갖췄다. 박경훈 SBS 해설위원은 "현대 축구의 흐름에 가장 적합한 팀이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인데 호주도 그런 축구를 한다"면서 "스피드와 파워가 있고, 패스와 조직력도 좋다. 아시안컵서 충분히 우승할 조건을 갖췄는데 결국 결승까지 올라왔다"고 호주의 전력을 높이 평가했다.
호주가 아시안컵서 비상한 가장 큰 원동력은 노장들을 대신한 젊은 피들의 활약 덕분이다. 앞선에선 윙어 레키가 중용을 받아 맹활약했다. 중앙 미드필더 루옹고는 아시안컵의 스타로 떠올랐다. 잉글랜드 3부리그(리그1) 스윈든타운 소속인 루옹고는 이번 대회 5경기에 모두 출전해 1골 4도움을 올렸다. 아랍에미리트와 4강서는 정확한 패스로 호주의 2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수비진도 재편됐다. 스피라노비치, 세인즈버리, 데이비슨 등 오지크 체제 하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포백라인을 구성해 단단함을 과시했다. 세인즈버리와 데이비슨은 중대 일전이었던 UAE와 4강서 1골씩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사커루' 호주 축구대표팀에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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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