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으로 리얼하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아쉬운 소리도 마다않고 흥정을 하는 엄마, 귀한 달걀을 떨어트린 조카를 구박하는 삼촌, 생일날 끝내 울음을 터뜨린 막내까지 ‘용감한 가족’은 하나같이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용감하게 각자의 민낯을 드러냈다. 진짜 가족이 된 듯 티격태격하며 역할에 몰입해 버린 이 가족의 ‘리얼’함 때문인지 보는 이들의 재미는 더욱 커졌다.
지난 3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가족'에서는 예고편으로 방송돼 한 차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박명수와 설현의 ‘밀치기’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이날 설현은 생일을 맞이했다. AOA의 연말 활동으로 인해 좀처럼 잠을 자지 못했던 막내는 집 안에 있는 해먹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술궂은 삼촌 박명수(?)는 조카의 자리를 빼앗아 누웠고, 설현은 다른 곳에서 잠이 들었다.

막내가 잠을 자는 사이, 딸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엄마 심혜진은 아빠 이문식과 아들 민혁을 데리고 물 건너 가게에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다”고 한 설현을 위해 깜짝 생일선물로 커피를 사기로 한 것.
물고기도 못 잡은 마당에 생활비는 한정돼 있었고 심혜진은 여러 번 흥정을 해 커피 다섯 개를 구입했다. 달걀 프라이를 원했던 가족들을 생각해 비싼 달걀도 다섯 개 샀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문식이 달걀과 커피를 옮기다 그만 떨어트리고 만 것. 달걀은 2개가 깨어져 버렸고, 이문식은 아쉬운 마음에 이를 만회하고자 가게 주인에게 하나만 더 달라며 부탁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주인은 달걀을 하나 더 줬고, 그렇게 세 사람은 우여곡절 끝 장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사건은 여기서 벌어졌다. 엄마-아빠가 사 온 물건을 보던 설현이 그만 귀한 달걀을 또 떨어트리고 만 것. 달걀은 순식간에 바닥에 흘러내렸고, 이를 보던 심혜진은 “야”라고 소리를 질렀고, 이와 동시 박명수는 설현의 머리를 밀쳤다.
실수에 당황한 설현은 그만 눈물을 흘리며 방 안으로 들어갔고, 가족들은 놀랐다. 특히 놀란 것은 박명수였다. 박명수는 우는 설현을 달래며 “머리 민 건 삼촌이 잘못했어. 누군가 못 먹어서 가슴이 아팠다. 오해 하지마, 미안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이문식은 박명수의 팔을 때리며 가차 없이 응징,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한 가지 사건에 대처하는 ‘용감한 가족’ 여섯 식구의 모습에는 꾸며진 데라고는 조금도 없어 눈길을 끌었다.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은 실제 집에서 부딪히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는 듯 했고, 이는 흥미를 더했다.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갈등을 겪지만, 가족들에게 반찬을 양보하고 홀로 조용히 간장에 밥을 비벼먹는 엄마 심혜진의 모습처럼 서로를 생각하고 챙기는 면도 있어 실제 가족을 방불케 했다.
실제로 ‘용감한 가족’ 출연진은 방송 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대본이나 대강의 상황도 주어지지 않았던 캄보디아에서의 생활을 언급한 바 있었다. 당시 심혜진은 “사실은 예능을 처음 해본 사람들이기 때문에 뭘 설정하고, 어디까지가 맞는지 계산이 없다”며 “우리끼리 주어진 범위 안에서 어찌됐든 간에 제작진 어떻게 편집을 하든 마음대로 하자, 했다. 신경전도 많았다. 그것조차도 재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명수 역시 "기존에 해 온 프로그램이라면 우리끼리 상황을 짜기도 하고 하는데 이번엔 카메라만 설치하고 알아서 하라고 그런다. 속은 뒤집어지는데 화장실은 없고, 옆에서 볼일 보는 소리가 풍덩풍덩 들리고. 어느 순간 아버지, 어머니(이문식, 심혜진)가 싸움을 한다. 내가 삼촌이다. 싸움을 뜯어 말려야 할 거 아닌가? 그렇게 삼촌이 돼 버리는 거다 나도 모르게“라며 ‘초리얼’이 될 수 없었던 현장 상황을 설명했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 설현은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다들 잘못 생각했다. 명수 삼촌이 뭐라 해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달걀을 깨서 당황해서 그래서 자책하는 마음에서 운 거다. 삼촌 때문에 운 거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명수도 "깼을 때 갈동을 했다. 밀까 말까? 설현이의 삼촌이면 그럴 수 있다. '이 바보야 왜 그랬어'하고 밀게 된 거다"라고 해명을 하며 삼촌 역할에 몰입했던 사실을 알렸고, 방송 중에는 “AOA 팬들 어떻게 하냐”며 후폭풍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남다른 리얼함이 살아있는 이 프로그램은 특유의 솔직한 재미로 무사히 금요일 밤 시간대에 안착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낳는다.
한편 '용감한 가족'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연예인들이 가상 가족이 돼 특색 있는 세계 여러 지역의 가족들과 이웃이 돼 살아보는 형식의 시츄에이션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심혜진 이문식, 박명수, 최정원, 씨엔블루 강민혁, AOA 설현 등이 각각 아버지, 어머니, 삼촌, 자녀들로 가상의 가족을 이뤘다.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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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가족'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