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클라이머, 최초로 나이애가라 폭포 등반 성공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5.01.31 08: 41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최근 미국 동북부에 몰아쳤던 한파가 기록하나를 만들어 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 중 하나인 나이애가라 폭포 등반이다. 정확히는 얼어붙은 나이애가라 폭포를 역사상 처음 오른 기록이다.
주인공은 미국과 캐나다 시민권자인 윌 개드. 일찍부터 극한상황에서 빙벽등반을 성공시킨 세계적인 아이스클라이머이다. 개드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자일 파트너 사라 후에니켄(캐나다)과 함께 얼어붙은 나이애가라 폭포를 오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아무리 춥다고 해도 1분에 15만 톤의 물이 떨어지는 나이애가라 폭포가 다 얼지는 않는다. 개드가 오른 곳은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 지나는 지점, 테라핀 포인트라고 알려진 부분이다.

사실 이번에 개드가 오른 나이아가라 폭포는 등반 거리로 보면 한국 빙벽 등반의 성지인 설악산 토왕폭에 미치지 못한다. 45m에 ‘불과’하다. 실제로 개드가 출발지점에서 정상에 서는 데 걸린 시간도 한 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쉬운(?) 등반이 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얼음 때문이다. 폭포가 얼어야 하니까. 개드 역시 지난 여름 자신이 어느 부분을 등반할지 세심하게 관찰했지만 이번 강추위로 폭포가 얼어붙기 전까지는 등반 성공은 물론 시도 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다음은 폭포 자체다. 나이애가라 폭포는 1분에 15만 톤의 물이 시속 100km 속도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소음과 진동을 만들어 낸다. 조용한 가운데 얼음 찍는 소리만 들리는 빙벽 등반이 아니라 사람의 심장을 오그라들게 하는 소음을 이겨내야 한다. 끊임없는 흔들림은 얼음을 어떻게 만들지 누구도 알지 못하게 한다.
얼음의 상태도 문제다. 빙벽 등반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단단한 얼음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나이애라가 폭포는 얼음–눈–얼음으로 이어지는 층들로 되어 있다. 쉽게 부서지고 어쩌면 엄청난 부분이 그대로 무너져 내려 사람을 폭포 속으로 던져 버릴 위험성이 매우 컸다.
개드 스스로 정한 목표도 등반을 어렵게 했다. 당국으로부터 등반 허가를 받으면서 개드가 목표로 한 것은 ‘등반 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이애가라 폭포 자체가 보호해야 할 인류의 유산이므로.
이 때문에 개드는 등반 도중 볼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진로 확보를 위해 아이스 스크루만을 사용했다. 물론 등반 장비 역시 여느 빙벽 등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이스 훅은 등반 장비 전문업체인 블랙다이아몬드사에서 특별히 이번 등반을 위해 제작해 준 것을 사용했다. 
29일 출발 지점에 도착한 개드는 루트 정찰로 하루를 보냈다. 위험이 있어 보이는 몇몇 얼음 덩어리들도 치워냈다. 그 중에는 소형 자동차만한 것도 있었다.
등반의 첫 고비는 개드가 ‘죽음의 솥’ 이라고 이름 붙인 폭포 물이 얼음 구멍으로 떨어지는 지역을 가로질러 통과하는 것이었다. 이 지점을 지난 후 개드는 처음으로 공중전화박스만한 얼음 굴을 확보 지점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후부터 이어진 등반에서 개드는 얼음의 상태를 감안해 수 미터마다 아이스 스크루를 설치하면서 등반을 계속했다. 아직도 떨어지고 있는 물과 가까운 루트였기 때문에 때때로 개드가 팔을 뻗으면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 액스가 물에 닿았다. 폭포 물 뒤로 얼음이 얼어 있는 구간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 바람에 둘은 추위 속에서 흠뻑 졌어야 했다.
개드는 이날 같은 루트를 세 번 올랐다. 이 거대한 폭포 한 켠에서 인간의 무한한 도전 의지를 실현시킨 소감은 어땠을까. 모든 등반가들이 그렇듯이 승리감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개드는 “이번 등반이 나를 때렸다. 내가 정상에 섰는지는 모르지만 전쟁에서는 나이애가라 폭포가 이겼다. 세 차례 등반을 마칠 무렵 저체온증에 걸렸다. 폭포는 내가 했던 것에 비해 정말로 엄청난 대미지를 나에게 줬다”고 말했다.
한편 개드는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의해 올해의 모험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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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나이애가라 폭포를 오르는 윌 개드 /redbull.com에서 보도용으로만 사용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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