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해설전쟁, 빵빵 터진 MBC vs 박진감 넘친 SBS [종합]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1.31 20: 29

축구 국가대표팀만큼 뜨거운 중계 전쟁이 벌어졌다. MBC와 SBS가 동시간대 아시안컵 중계방송을 하며 시청률 전쟁을 벌였다. MBC는 빵빵 터지는 친근함을 무기로 내웠고, SBS는 박진감 넘치고 명쾌한 해설을 앞세웠다.
MBC는 31일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김성주 캐스터, 서형욱-안정환 해설위원을 내세워 경기장의 열기를 전했다. 세 사람은 마치 정해진 것처럼 각기 다른 캐릭터로 역할을 나눈 모습이었다. 김성주의 경우 능숙한 캐스터로서의 중계, 기자 출신 해설위원 서형욱은 김성주 못지않은 발음으로 전문적인 지식 전달에 나섰고, 안정환은 선배 축구선수로서 또 공격형 해설위원으로서 날 것 그대로의 어록들을 만들어냈다.
MBC 중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친근함이었다. 이날 경기의 캐스터이지만 방송인이기도 한 김성주는 어려운 축구 용어를 쓰기보다는 대중도 이해하기 쉽도록 잘 풀어 설명했다. 서형욱 또한 기자 출신다운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내면서 현재의 경기 상황 설명, 앞으로의 경기 상황 예측을 자유자재로 이야기했다. 정점은 안정환이었다. 그는 마치 함께 시청자로서 경기를 보는 듯 시청자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일침으로 재미를 더했다.

세 사람이 보여주는 어울림도 좋았다. 김성주가 중심을 잡고 서형욱이 정보력을 담당했다. 여기에 안정환은 감초처럼 감칠맛을 첨가했다. 이처럼 합이 잘 맞는 세 사람의 중계는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특히 안정환의 감칠맛 나는 공격형 해설은 MBC 중계의 백미였다. 시청자이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 한 어록이었다. 그는 경기 전 호주가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승리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또 안정환은 경기 도중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오늘 11대 14로 싸우는 어려운 경기가 되는 것 같다"며 탄식했다. 심판이 심한 몸싸움도 용인하자 "휘슬 불 때까지 경기를 계속해야한다"고 이야기했고, "상대팀 공격수를 상대하는 것보다 심판을 상대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후반전 경기 종료를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의 동점골이 터져나오자 "진짜 때땡큐가 아니라 땡스다"라고 말하며 어록을 만들었다.
 
SBS는 배성재 아나운서와 박문성·박경훈 해설위원을 내세웠다. 스포츠 캐스터와 해설위원으로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배성재와 박문성의 재밌으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해설, 그리고 프로축구 감독 출신 박경훈의 전문적인 정보들이 어우러졌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SBS 해설은 ‘진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축구 경기의 흥미를 높이는 배성재의 정확하면서도 빠른 말솜씨, 날카로우면서도 귀에 착착 감기는 박문성과 박경훈의 해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역시 세 사람은 각각 맡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배성재는 축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두 명의 해설위원들의 전문적인 해설을 돕고 경기의 재미를 높이는 박진감 있는 진행을 했다. 박문성은 경기 흐름을 설명하고 향후 예측을 쏟아냈다. 박경훈은 감독 출신답게 선수들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곁들였다. 특히 그는 전술을 칭찬하거나 선수들의 활발한 공격력에 집중하는 등 따뜻한 해설도 했다.
후반 들어 호주 대표팀이 시간 끌기를 위해 ‘할리우드 액션’을 하고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지 않자 배성재와 박문성은 함께 안타까워하며 선수들과 마치 뛰는 듯한 흡인력 있는 중계를 했다. 어록도 있었다. 배성재는 손흥민이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을 이뤄내자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그는 “아시아의 호랑이가 돌아왔다”라며 소리를 질렀다. 박문성 역시 “시드니의 기적이다. 손흥민의 기적이다. 곽태휘가 만들었다”라고 환호했다. 체력적 부담이 심한 연장전에 돌입하자 3인방은 한 장면 한 장면에 안타까워하며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외적인 재미도 있었다. ‘박펠레’라고 불리는 박문성이 한국의 무실점 경기를 이야기하자마자 호주의 기습 공격으로 실점을 하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박문성이 ‘박펠레’라고 불리는 이유는 예측을 할 때마다 묘하게 결과가 틀렸기 때문. 전설의 축구 선수 펠레는 예측을 할 때마다 반대의 결과가 나와 ‘펠레의 저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날 역시 박문성은 예측이 틀리며 경기 외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한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날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와 대결을 벌였다. 대표팀은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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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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