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철벽'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아시안컵 스타 마시로 루옹고(스윈든 타운)의 한방을 막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서 호주와 연장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이로써 지난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올랐던 한국은 55년 만의 정상 탈환에 한 계단을 남겨두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진현은 슈틸리케호의 수호신이었다. 감기 몸살로 쿠웨이트와 2차전을 쉰 것을 제외하고 이번 대회 4경기에 모두 출전해 무실점 승리를 지켜냈다. 연이은 선방쇼로 찬사를 받았다. 그간 한국 골키퍼에게 없었던 빌드업 능력도 갖춰 호평을 받았다.

김승규, 정성룡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골키퍼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뤄낸 값진 결실이었다. 당초 베테랑 정성룡과 브라질 월드컵 스타 김승규에게 무게감이 실렸지만 김진현은 보란 듯이 출중한 기량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호주와 결승전서도 김진현의 선방 퍼레이드는 계속 됐다. 전반 24분 호주의 날카로운 창이 번뜩였다. 역습 찬스서 팀 케이힐이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한국엔 거미손 김진현이 있었다. 긴 팔을 쭉 뻗어 막아냈다.
김진현은 전반 45분 찰나의 순간을 놓쳤다. 본인과 한국의 이번 대회 유일한 실점이었다. 대회 내내 자신의 골문 뒤로 공을 흘려보내지 않았던 김진현은 아시안컵 스타 루옹고(2골 4도움)의 빨랫줄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에 당했다. 궤적이 워낙 좋았던데다가 기습적인 슈팅이었다. 김진현이 뒤늦게 골문 구석을 향하는 공을 향해 반응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김진현은 후반 들어서도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후반 15분엔 레키의 위협적인 왼발 슈팅을 몸을 던져 쳐냈다. 한국은 연장 승부를 위해 1골이 필요했다. 종료 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드라마 같은 우승 시나리오가 쓰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장 전반 15분 트로이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김진수의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상대 공격수를 끝까지 막지 않아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허용했다. 김진현이 손끝으로 잘 쳐냈지만 신이 아닌 이상 트로이시의 슈팅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대회 내내 철벽 모드를 자랑했던 김진현이 쓰디 쓴 눈물을 삼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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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