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결승] 홍명보 ‘의리축구’ 지운 슈틸리케, 절반의 성공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1.31 20: 28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가 아쉬운 준우승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31일 오후 7시 호주 시드니 ANZ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주최국 호주에게 1-2로 패했다.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은 다시 한 번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비록 패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아픔을 지운 후련한 한 판이었다. 지난해 6월 한국은 8회 연속 나선 브라질 월드컵 본선리그서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다. 특히 첫 승 상대로 만만하게 봤던 알제리에게 2-4 대패를 당한 것이 충격이었다. 홍명보호는 대회가 끝난 뒤 현지서 음주가무 파티까지 펼쳐 다시 한 번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여러 가지 실패요인이 지적됐다. ‘의리축구’로 점철된 홍명보 감독의 선수기용이 문제가 됐다. 소속팀에서 맹활약한 선수보다 벤치만 달구던 해외파를 중용한 것. 박주영, 윤석영 등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홍명보 감독은 K리그서 MVP 활약을 펼친 이명주도 외면했다. 정작 월드컵에서 K리그 출신 이근호, 김승규, 김신욱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대조를 이뤘다.
새로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달랐다. 외국인감독답게 모든 선수를 편견 없이 바라봤고, 동등한 기회를 줬다. 그 결과 홍명보 감독이 외면했던 노장 차두리, 무명 이정협, 중동파 남태희, 골키퍼 김진현 등이 새롭게 기회를 얻었다. 이들은 보란듯이 팀의 핵심전력으로 대활약을 펼쳐 팬들을 만족시켰다.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오직 실력만 본 슈틸리케의 판단이 옳았다.
기성용, 손흥민 등 핵심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은 것도 슈틸리케의 장점이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미드필드의 핵심 이청용과 구자철이 차례로 부상으로 낙마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한교원의 깜짝 선발, 박주호의 왼쪽날개 기용 등 깜짝 선수기용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슈틸리케의 용병술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한국축구는 월드컵 실패의 아픔을 어느 정도 씻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 체재에서 희망을 봤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한국축구는 재도약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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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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