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란 생각은 안하고 우승 생각만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서 호주와 연장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이로써 지난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올랐던 한국은 55년 만의 정상 탈환에 한 계단을 남겨두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차두리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서 "내 마지막이었고, 대표팀서 이제는 다시 뛸 일이 없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였다"면서 "우승을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을 많이 안했다. 어떻게 하면 이길까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을까만 계속 생각했다"고 대표팀 은퇴 경기를 벌인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차두리와의 일문일답.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었을 텐데.
▲내 마지막이었고, 대표팀서 이제는 다시 뛸 일이 없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였다. 오늘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우리가 한 팀으로서 얼만큼 강하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같이 뭉쳤을 때는 얼마나 우리를 이기기 어려운 팀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실망을 준 팀이 똑같은 선수들이 이번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비록 졌지만 충분히 박수받고 감동을 줬던 경기라고 생각한다. 제 개인적으로는 고맙다. 후배들이 마지막까지 이기기 위해서 투쟁을 해줬고, 싸워줬고, 그래서 나한테 마지막으로 좋은, 우승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오늘 마지막 경기까지 너무나 좋은 선물을 해줬다. 감독님 포함해 모든 스태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오늘 선발이라고 얘기들었을 때 어떤 생각 들었나.
▲선발 나가는 것은 이틀 전에 알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승을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경기라는 것은 생각을 많이 안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길까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을까만 계속 생각한 것 같다.
-경기 후 후배들 다독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후배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오늘 같은 경기가 결국에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마크를 달고,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정신자세인 것 같다. 오늘 같은 경기가 매번 나와줘야 팬들도 감동하고, 한국축구를 사랑하게 되고 지더라도 한국축구를 응원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와서 한 경기 하고 돌아간다면 '나는 당연히 대표팀 선수니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여름에 있었던 그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선수들은 거기서 배웠다. 대표팀이란 곳은 특별한 곳이고, 특별한 선수들이 모여있고, 국민들이나 축구팬들이 마음을 다해서 응원하지 않으면 절대 성적이 날 수 없는 것이 대표팀이더라. 후배들이 그것을 깨닫고, 항상 경기장에 나갈 때는 오늘 같은 경기를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온다면 대표팀이 조금 더 앞으로 나갈 것이다.
-검색어에 '차두리 고마워'라고 떴는데.
▲많은 분들이 마지막까지 정말 너무 많이 사랑을 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셔서 저 역시 결승 앞두고 행복한 축구선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대표팀 생활은 끝났고, 이제는 후배들이 또 저나 선배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이뤄야 한다. 저를 많이 사랑해준 분들이 똑같이 후배들을 응원해주고 사랑해 준다면, 아까 말했듯 팀 혼자서 경기를 하는 게 아니고, 정말로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하나가 됐을 때, 또 축구팬들이 정말 이기는 것을 다같이 원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고, 선수들도 그런 걸 느끼고 오늘 같은 경기를 할 것이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후배들도 똑같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항상 열심히 하고 있으니, 똑같이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처음 대표팀 발탁됐을 때 생각도 났을 텐데.
▲아쉬운 건 있는 것 같다. 대표팀에 들어오면 항상 프로팀에 있는 거와 달리 또 다른 주목을 받게 되고 또다른 가치가 있는 경기들이고, 또 대표팀 한 경기 한 경기가 큰 감동이나 힘을 줄 수 있는 경기가 대표팀 경기다. 항상 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행복해했고 즐거워했다. 독일에 있을 때보다 대표팀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이 큰 영광이었고 기쁨이었다. 2001년 세네갈전을 시작으로 뭣 모르고 뛸 때랑, 최고참이 되서 후배들이랑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게 되서 굉장히 행복하다. 어떻게 보면 우승보다 값진, 후배들의 그런, 하겠다는 의지, 정말로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후배들이 느낀 경기였기 때문에 저도 우승보다는 더 값진 것을 가져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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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