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준우승은 끝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최종 목적지를 향해 거치는 경유지에 불과하다.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호주와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1-2로 석패했다.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결승 무대에 진출한 한국은 이날 패배로 1960년 우승 이후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에 실패했다. 경기 내내 호주를 강하게 몰아붙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때보다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결과다.

경기에서 뛴 선수와 벤치에서 그들을 지켜본 선수 모두가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차두리에게 우승컵을 안기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27년 만에 온 기회를 놓쳤다는 것 모두가 아쉬웠다.
하지만 아쉬움을 빨리 잊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선수들은 현재 대표팀이 마무리를 하는 단계가 아닌 시작을 하는 단계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아시안컵은 월드컵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가기 위해 거치는 경유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준비한 것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10월에서야 대표팀을 소집해 선수들에 대한 파악에 들어갔다. 1월 초 아시안컵에 돌입할 때까지 주어진 시간은 불과 3개월, 부임 직후부터 계산해도 겨우 4개월을 준비한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했을 당시 계약 기간 4년을 강조했다. 아시안컵의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4년 뒤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어디까지나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의 시작점이었고, 슈틸리케호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발전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아시안컵에서의 슈틸리케호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호주와 결승전에서는 높은 완성도와 가능성을 보였다. 부족한 점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슈틸리케호에게 남은 시간이 3년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보다는 더 큰 기대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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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